자연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하는 주민반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태릉 공공주택지구(‘태릉지구’) 조성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다음달 11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태릉지구는 정부가 2020년 8월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 대책‘)’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다. 당시 신규 택지 조성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계획물량 3만3000채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만 채를 책임지며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당초 태릉지구에 대해 2021년 상반기에 지구 지정을 끝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반발에 부딪혀 전반적인 일정은 늦춰졌고, 사업물량은 6800채로 축소된 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다음달 11일, 태릉지구 주민공청회 열린다
국토교통부는 24일(오늘) 누리집에 태릉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다음달 11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공청회는 이달 17일에 예정됐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된 1차 공청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청회를 통해 접수된 주민의견을 반영해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본안)을 작성한 뒤 환경부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지구 지정, 내년 상반기에 지구계획 승인, 2024년에 입주자 모집을 각각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주민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자연경관과 문화재 가치 훼손 우려가 크고, 교통 체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태릉지구에 여의도공원보다 큰 공원 들어선다
한편 국토부가 주민공청회를 위해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태릉지구에 대한 세부적인 개발계획과 주변 정보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초안에 따르면 태릉지구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과 경기 구리시 갈매동 일대에 위치한 군 골프장으로, 계획면적은 87만4598㎡이다. 이곳에 인구 1만657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6800채가 조성된다.
태릉지구는 화랑로와 연접해 있고, 북부간선도로, 수도권 제1외곽순환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로 접근하기가 편하다. 또 경춘선 갈매역과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서울여대입구), 6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태릉입구역이 가깝고, 삼육대학교와 서울여대 등이 인근에 위치해 양호한 입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지구 전체는 △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32% △공원 및 녹지 40% △도시지원시설과 업무시설, 교육시설 등 기타용지 28%로 각각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공원과 녹지 공간으로, 공원은 여의도공원(약 23만㎡)보다 큰 규모로 조성된다.
이를 위해 기존 경춘선 폐선철로와 태릉CC 호수를 공원 및 녹지 축으로 보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이 경우 공원 위치가 지구 외곽에 자리하게 되는 것은 단점이다. 지구 전체에 자족시설이 부족해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보완 과제다.
● 그린벨트 훼손 논란 막으려 전체 절반 생태면적 조성
주민 반발의 핵심 원인인 환경훼손 우려에 대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됐다.태릉지구 전체는 모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개발이 금지돼 있는 1등급(전체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2.3%)과 2등급(10.3%)은 12.6%에 불과하고, 나머지 87.4%가 모두 3~5등급이다.
정부는 지구 조성에 따른 그린벨트 훼손 우려를 막기 위해 1,2등급 지역을 중심으로 공원과 녹지를 40% 이상 배정하고, 전체 면적의 50.5% 정도를 생태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생육상태가 양호한 수목을 선별해 조경수목으로 활용하고, 동물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야간작업을 최소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