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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 일괄 사의’ 해경은 지금…‘당혹-뒤숭숭-경의’ 뒤섞여

입력 | 2022-06-24 14:24:00

정봉훈 해경청장(치안총감)을 비롯한 치안감 이상 해경 고위 간부 9명이 24일 ‘북 피격 공무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들이 24일 인천시 연수구에 소재한 해양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2022.6.24/뉴스1 © News1


‘당혹-뒤숭숭-경의’. 치안감 이상 지휘부가 ‘북 피격 공무원’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한 24일 오전 해양경찰청 내부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뒤섞여 나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휘부 일괄 사표 소식이 나오자 처음엔 당혹스러워 했고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일부는 지휘부의 결정에 ‘용기 있다’며 경의를 표했다.

해경청은 이날 오전 “치안감 이상 간부들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사의를 표명한 간부는 정봉훈 본청 청장(치안총감)을 비롯해 서승진 본청 차장(치안정감), 김병로 중부청장(치안정감), 김용진 본청 기획조정관(치안감), 이명준 본청 경비국장(치안감), 김성종 수사국장(치안감), 김종욱 서해청장(치안감), 윤성현 남해청장(치안감), 강성기 동해청장(치안감) 등 9명이다.

정 청장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고 나머지 8명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해경 게시판’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우린 어쩌라는 건가”라고 했고 B씨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인데 좀 기다려 보자”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밖에 “조직이 10년을 못가네” 등 푸념하는 글도 눈에 띄었으며 “조직 발전을 위해 더 이상 정치에 희생당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며 일괄 사의를 두둔하는 대원도 있었다.

정부가 지휘부 사표를 모두 수리할 경우 ‘차기 청장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C씨가 “조직운영 공백 때문에 관련자 1~2명만 수리하는 거 아닐까”라고 하자 D씨는 “사의 표명한 지휘부 중에 신망 두터운 분도 있다”고 맞장구 쳤다.

9명 모두 사표가 수리되면 당장 청장 자리를 채울 수 없다. 해양경찰법은 전·현직 치안감 이상만 청장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무관을 치안감 이상으로 승진시키고 다시 청장으로 승진시키거나 치안감 이상의 계급으로 퇴직한 전 간부 중에서 차기 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

또 정부가 9명 중 일부의 사표를 반려한다면 살아남은 간부 중에서 차기 청장이 나올 수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오전 지휘부 ‘일괄 사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조직의 앞날을 걱정하느라 많은 직원들이 일손을 놓았다”며 “처음엔 당혹스러워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휘부 결단에 경의를 표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해경의 지휘부 일괄 사의는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사망 당시 47세) 사건과 관련해 애초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다가 이를 180도 뒤집은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이씨는 2020년 9월21일 오전 2시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서 당직근무를 서다 실종됐는데, 다음날 오후 3시30분쯤 북한 장산곶 해역에서 발견됐으며 같은 날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 총격으로 숨졌다.

해경은 애초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으나 1년9개월이 흐른 지난 16일에는 “월북 의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번복했다. 이 때문에 온갖 비난이 해경에 쏟아졌고 지휘부 총 사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