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처음 보고 된 후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지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 관련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150건 이상의 원숭이 두창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전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3200건을 넘어섰고 관련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WHO는 이날 해당 전염병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할지 논의 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원숭이 두창이 PHEIC로 지정될 경우 해당 바이러스는 2000년대 이후 Δ인플루엔자 범유행(2009년) Δ야생형 폴리오의 세계적 유행(2014년) Δ에볼라 유행(Δ지카 바이러스 유행 Δ키부 에볼라 유행(2018년) Δ코로나19에 이어 7번째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된다.
처음 원숭이두창 확진사례가 보고된 영국 등 유럽국가들에서는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 위험집단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의심 사례에 대한 검사횟수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초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많은 희생을 치뤘던 미국에서는 이번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미국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연방 공무원들은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초에 그랬던 것처럼 감염 검사를 할 수 있는 곳 자체를 제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지역 공중보건 연구소에서 매주 8000건 이상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WP는 현재 감염 사례가 주로 보고되는 지역에 이 시설들이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CDC 발표는 실제 수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지난 17일 기준 전국적으로 700여건의 검사만 진행됐다고 WP에 전했다.
네브라스카 대학 의료 센터의 공중 보건 전문가인 사우어는 “미국 보건 당국은 누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언제 검사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증상이 어떤지 등 원숭이 두창에 대한 정보 조차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아직도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재닛 해밀턴 미국 주정부 역학위원회 사무국장은 “미국 관리들은 아직도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하는것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위험군에는 동성과 성관계한 남성, 성노동자. 원숭이두창 검사 진행 연구원, 의료 종사자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고위험 지역에서 보다 빨리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의료진들이 원숭이두창 감염 경로를 파악할 기회를 놓칠 경우 확산 속도는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HIV 치료 비영리 단체인 ALL은 “현재 미국에서 아무도 원숭이두창 확산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CDC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