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 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
매미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보내는가.
―김종길(1926∼2017)
“서정시인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소설가는 창밖을 내다본다.” 김종길은 한 아름다운 시인을 소개하는 글에 이렇게 적었다. 시인은 자신을 거울삼아 세계를 파악하고, 소설가는 세계를 바라보면서 자아를 찾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인이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내다볼 때는 무엇을 볼까. 답은 이 시 속에 있다.
한 노시인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한여름의 풍광을 옮겨오는데 표현이 맛깔나기 그지없다. 소나기는 멎었으나 매미 소리는 멎지 않았다. 소나기가 세상을 적시다가 그치니까 바로 매미 소리가 사방을 적신다. 비와 매미는 같지 않고, 물과 소리는 같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인은 그런 건 편견이라면서 가볍게 치워 버린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