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기술패권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 신냉전주의가 확대되고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선진국으로서의 지위 유지와 국가의 지속성장의 토대가 뿌리 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국가 차원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재정투자를 확대하면서 2020년 기준 재량지출 증가율이 26.6%로 정점을 찍고 있으며, 정부 연구개발(R&D) 지출 규모 증가율 또한 18%로 크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국가재정을 운용함에 있어 재량지출의 급속한 확장은 국가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재량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성 재설정이 새 정부의 국가재정운용 과정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재량지출에 대한 감축 기조는 국가 살림살이인 국가재정운용의 큰 방향성에서 유효한 정책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운영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재량지출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재량지출의 상당부분을 점하고 있는 R&D 재정투자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새 정부가 재량지출 구조조정 방향을 재설정함에 있어 R&D 재정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운영, 과학기술혁신을 국가혁신으로 확장하는 기조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정책과제들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예정된 정부 R&D 투자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R&D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연구자의 주도성 확보와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즉 수권예산제도의 재편 및 새 정부가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전략예산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재편을 통한 포대갈이식 연구개발사업 추진방식은 성과주의 예산제도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연구현장의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상 전략예산의 개념을 신설하여 새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자 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국가혁신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미래전략 기능과 예산 기능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의 경우에는 End-game change형 연구개발사업을 확대 재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략기술개발사업의 경우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에 대한 문호를 적극 개방하고 관련 업계의 사업비 매칭구조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현재의 연구성과의 귀속체계를 개혁하여 독점사용이 보장될 수 있는 친시장적인 연구성과 활용체제로의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R&D 재정운용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대형사업 일몰제도 또한 사업의 기획·관리 및 예산편성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행 적정성재검토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프로그램 중심, 전략목표 중심의 성과평가제도로의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