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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인상 현실화하나…국가장학금 증액 가능성

입력 | 2022-06-26 08:08:00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될 지 관심이다. 등록금 동결은 2012년 시행된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실현되고 있어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부총리 임명 직후 재정당국과 협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고물가 속 등록금 인상 폭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속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들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반값 등록금’ 취지의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등록금 인상에 제동을 거는 규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게 근로 장학금 예산 지급액을 적게 받도록 평가 지표 20%로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시켰다.

다만 2009년 당시 대학들은 이 규제 때문이 아니라 당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난에 따른 고통분담 취지에서 등록금을 일시 동결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2010년 1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게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 후 대학들은 일제히 인상에 나섰다.

같은 해 등록금 결정 과정에 대학생 등을 참여시키는 ‘등록금심의위원회’와 특별법에 근거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ICL)’ 제도가 시행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었음에도 대학들은 주저 없이 등록금을 올렸다.

당시 교과부가 발표한 2010년 정보공시 자료를 보면, 일반대학 176개교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전년 대비 1.29% 높아졌다. 자료를 공시한 대학 중 131개교(74.4%)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한국교원대(13.32%) 등 51개교는 등록금을 3% 넘게 올렸다.

2011년에는 이주호 당시 교과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등록금을 동결하되 올리더라도 3% 이내로 해 달라’고 권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해 교과부의 대학정보공시 발표에 따르면 부산장신대(5.10%), 서울 건국대(4.83%) 등 정보공시 대상 191개교 중 28.3%인 54개교가 3% 이상 등록금을 올렸다.


카이스트(KAIST)에서는 2011년 초부터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극단 선택을 하면서 학점이 낮으면 등록금을 내는 ‘차등 등록금 제도’가 거센 비판을 받았고, 개강 직후 3월에만 반짝하던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도 장기화됐다.

여론의 압박에 못 이긴 당시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같은 해 9월 발표했고, 그해 말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을 통해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 사업이 도입됐다.

이 중 국가장학금 ‘Ⅱ유형’ 사업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는 자구 노력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 형태로 기획됐다. 사업 첫 해였던 2012년 1월 전체 대학 95%인 326개교가 사업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며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제도적 동결’이 이뤄졌다.

때문에 지난 23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국가장학금 Ⅱ유형 규제를 해소하는 데 대해 “정부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2년 끌 생각은 아니고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등록금 동결이 올해로 햇수로만 11년에 이르면서 국가장학금 규제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을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해 왔지만, 대학 재정난 심화로 교직원들이 겪은 희생도 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가 OECD 교육지표 2021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2018년 기준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의 66.2% 수준이다. 정부 투자 역시 0.6%로 OECD 평균인 0.9%보다 낮은 상황이다.

또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은 54.9%로, 코로나19 여파로 이전 6년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였다.

대학, 교직원, 학생들까지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같은 안정적인 정부 재정지원 확보 방안을 촉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등록금 규제 해소만을 명분으로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 조건만 대학 총장들의 요구대로 완화해버리면 ‘안전핀’만 뽑히는 격이 될 수 있다.

2010년 법정 등록금 상한제 시행 첫 해처럼 대학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전망을 지난 14년만 최대 수준인 4.7%로 예측했다.


올해 법정 상한 인상률인 1.65%를 적용할 경우, 올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752만3700원)을 기준으로 약 12만원을 올릴 수 있었다. 의대 등 계열별, 대학별로 더 비싼 대학도 있어 실제로는 더 높을 수 있다. 등록금 상한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써서 정해지기 때문에 내년부터 당장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그 폭은 12만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장 차관 역시 지난 23일 이 같은 고물가 상황과 학생, 학부모 등 가계 부담 완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도 개편은 초·중등 교육계 반발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부담이 있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단 가계 부담 완화 차원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 골격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장학금 등 관련 예산 증액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국가장학금 내실화’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청년 맞춤형 지원을 내걸었다. 또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까지 ICL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 제대로 된, 속도감 있는 (재정 당국과의)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석인 부총리가 임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