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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LG체질 바꾼 구광모, AI-바이오 날개 단다

입력 | 2022-06-27 03:00:00

사업 포트폴리오 등 ‘큰 그림’ 전념, 세부전략 CEO에 맡기고 전폭 지원
‘회장’ 대신 ‘대표’ 달고 실용 리더십 취임후 자산 36%, 매출 15% 늘어
AI-바이오-클린테크에 7조 투자… ‘구광모 브랜드’ 키우기 본격 착수




구광모 ㈜LG 대표(44)가 LG그룹 총수에 오른 지 29일로 만 4년을 맞는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G그룹의 지난해 자산과 매출액은 각각 167조5000억 원, 147조620억 원이다. 구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 해인 2017년 각각 123조1000억 원, 127조3960억 원에 비해 자산은 44조4000억 원(36.1%), 매출액은 19조6660억 원(15.4%) 늘어났다.

그룹이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스마트폰 사업, 태양광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정리하면서 구 대표에게는 ‘실용적 리더’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존 주력 부문 외에 ‘구광모표 사업’을 늦지 않게 안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구광모 브랜드’ 후보는 AI·바이오·친환경

LG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한 달 일정으로 계열사별 전략보고회를 열고 있다. 각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투자 계획을 포함한 중장기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구 대표가 구상 중인 향후 LG의 10년 이상을 책임질 사업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이다. LG는 향후 5년간 AI에 3조6000억 원을 바이오 분야와 친환경 소재를 포함한 클린테크 분야에 각각 1조5000억 원, 1조8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및 AI 관련 연구개발(R&D)에 나선다. 단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초거대 AI를 활용한 계열사 난제 해결을 돕고 이종 산업분야 협업을 늘릴 계획이다.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영입하는 등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오 영역에서는 현재 LG화학이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 등 혁신신약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등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환경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대표 취임 후 4년간 LG의 행보는 ‘안정 속 성장’이었다”면서 “새로운 영역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져 결실을 맺는 사례가 나와야 구광모 리더십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 총수의 현장 리더십
구 대표는 취임 후 매달 LG 계열사 현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방문은 불필요한 의전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과 비공개로 이뤄진다.

구 대표는 계열사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사업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계열사 임원들에게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계 다른 총수처럼 ‘회장’이란 직위 대신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리길 바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5월 서울 금천구 LG전자 애프터서비스(AS) 담당 매니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분이 힘들고 불편하면 고객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며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실제 가방과 장비를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구 대표는 매니저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며 AS 모범 사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2018년 8월 취임 직후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앞으로 지주사는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좀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공언했다. 본인은 지주사 대표로서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사업의 방향성만 제시하는 ‘큰 그림’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세부적인 사업 전략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구 대표 취임 후부터 LG는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실용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LG는 다음 달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그룹 차원의 ESG리포트를 발간할 계획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