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3%대 은행예금 등장 이어 6.1% 적금도 10시간 만에 매진 100억 마감뒤에도 문의 줄이어 증시 침체에 예금으로 돈 몰려 대형-저축은행 줄줄이 상품 출시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이자 장사’ 비판에 연 7%를 넘었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로 내렸고, 수신금리도 잇달아 올라 9년 만에 연 3%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나왔다. 뉴스1
직장인 이모 씨(41)는 연 6.10%의 이자를 주는 신협 ‘e-파란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특판이 시작되는 16일 0시에 맞춰 모바일뱅킹을 켰다. 하지만 가입자가 몰려 10분이 지난 뒤에야 신청 화면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대기시간이 길어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기분이었다. 6%대 고금리 적금이 언제 또 나올까 싶어 가입했다”고 했다.
9년 만에 시중은행에서 3%대 정기예금이 등장하는 등 은행권 수신금리가 속속 오르면서 예·적금 상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이른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주식 등에 쏠렸던 뭉칫돈이 은행으로 돌아오는 ‘역(逆) 머니무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씨가 가입한 아산신협의 비대면 특판 적금은 16일 판매를 시작한 지 약 10시간 만에 100억 원의 한도가 모두 팔렸다. 일주일이 지나서도 적금 가입 문의가 계속돼 아산신협은 현재도 통화 연결음을 통해 특판 종료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 일산신협이 16일 1150억 원 한도로 판매한 연 6%짜리 적금도 약 15분 만에 모두 나갔다.
예·적금 상품이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금융권 수신금리는 잇달아 오르는 반면 주식 등 자산시장은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는 2013년 이후 사라졌던 연 3%대 금리의 정기예금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2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올렸다. 이 상품에 1년 이상 만기로 가입하면 연 최고 3.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2조 원 한도로 연 최고 3.20%의 이자를 주는 ‘2022년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26일까지 약 1조5000억 원이 팔렸다.
저축은행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저축은행 79곳이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3.03%에 이른다. 올해 초 2.37%에서 약 6개월 만에 0.66%포인트나 뛰었다. HB저축은행의 ‘e-회전정기예금’은 연 최고 금리가 3.60%로 저축은행권에서 가장 높다. 상상인저축은행이 21일부터 나흘간 판매한 연 3.51% 금리의 회전정기예금은 24일 오전까지 900억 원 가까이 팔렸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