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콜라보 늘려가는 식품업계
식품업계가 국내외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제품의 콘텐츠화’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풀무원은 세계 명문 요리학교로 꼽히는 미국 CIA와 손잡고 백양사 정관 스님 등이 출연하는 K푸드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각 사 제공
풀무원이 세계 명문 요리학교로 꼽히는 미국 CIA와 손잡고 K푸드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선다. CIA가 아시아 5개국을 직접 방문해 각국의 식물성 식단 요리법과 식문화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첫 회 ‘한국편’의 대표 후원사로 참여한 것. 백양사 정관 스님이 풀무원 두부 제품으로 사찰음식을 요리하고, 이하연 김치 명인은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에서 파프리카 백김치를 김장한다.
자사 제품을 활용한 드라마나 캐릭터 등 콘텐츠 만들기에 뛰어드는 식품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류 붐을 발판으로 국내외 인지도를 높이고 젊은층 이목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다.
○ 콘셉트 잘 맞는 드라마부터 인기 캐릭터까지 협업
26일 풀무원에 따르면 CIA 다큐멘터리팀은 이달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인 떡볶이, 만두 등 길거리 음식을 촬영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내년 초 제작 완료 후 미국 현지 셰프, 푸드서비스 업체 등에 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식품업계가 국내외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제품의 콘텐츠화’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기업 대표를 등장인물로 둔 로맨스 드라마와 협업해 비비고 제품을 노출시키고 기획 상품도 판매했다. 각 사 제공
○ K콘텐츠 열풍 타고 글로벌 젊은층 공략
식품업계가 제품의 콘텐츠화에 나선 건 국내외 젊은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은 시각 위주인 패션, 뷰티 등과 달리 청각, 후각을 비롯한 오감을 직간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어 콘텐츠와의 시너지가 큰 편”이라며 “가격 장벽도 낮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구매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TV 등 대형매체 광고보다 통상 비용은 적게 들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실제 콘텐츠와 결합된 먹거리는 젊은층의 수요가 높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브레드이발소’ 등 콘텐츠를 활용한 토이캔디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8% 급증했다. 전체 토이캔디 매출 중 10∼30대 비중이 71%를 차지했다. CU 관계자는 “원래 영·유아를 겨냥해 출시했으나 캐릭터와 수집을 좋아하는 MZ세대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한류 붐을 바탕으로 해외 인지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로 인지도를 높인 농심 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으로 뜬 달고나 등이 대표적이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해외 매출액이 사상 처음 국내 매출보다 많아지자 현지 생산에다 수출까지 보태 물량을 조달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없이 품질만으로 국내외 입지를 넓히긴 어려운 시대”라며 “팬덤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