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희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 하는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단편 ‘밀물’ 중
주인공 케빈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열셋에 떠났던 고향을 찾는다.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올리브와 우연히 마주친다. 이때부터 생을 마감하려는 그의 계획은 어그러진다. 시답잖다 못해 불편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꺼내는 옛 선생이 빨리 가버렸으면 하면서도 그녀가 떠나지 않길 바라는 또 다른 자기 자신 때문이다.
세상이 얼마나 ‘미쳤고(insane) 우습고(ludicrous) 알 수 없는지(unknowable)’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전쟁과 질병, 각종 재난이 밀물처럼 다가오는 상황에서 절망과 무력함을 느끼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당신이 어찌할 수 없는 밀물 속에 있다면, 부디 구조 신호를 보내자. 결국 케빈은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패티가 바다에 빠진 걸 목격하고선 위험천만한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에 이른다. 자살하려던 사람이 타인을 구하고자 기꺼이 움직이는 이 장면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라.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붙잡고 싶어 하는지.
채윤희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