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인플레이션·금리인상에 무너지는 가상자산시장 ‘반전 카드’ 디파이 대출플랫폼 지급불능-코인런 공포에 시세 추락 가속화 유동성 위축에 짓밟힌 가상자산 붕괴에 옥석가리기 조정효과 블록체인 품은 프로토콜 경제로의 대전환은 거대한 시대 흐름
가상자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당장 코인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3조 달러 수준에서 이달 1조 달러로 70%가량 증발했다. 지난달 ‘루나·테라’ 사태가 급락세에 기름을 붓더니 이달 들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플랫폼 셀시우스네트워크의 ‘코인런(Coin Run·투자자 손실이 급증할 경우 일시에 환전 수요가 몰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60%가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국 정부도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이끌고 있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와 웹 3.0 시대 개막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메타버스기업 아멕스지그룹(AMAXG·회장 최정무)과 함께 혼돈의 가상자산 시장을 들여다봤다.
가상자산 시장 기록적 궤멸 ‘빙하기’ 오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대장주들이 바닥 없는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코인 가격이 붕괴되고 투자자는 파산하고 거래소는 직원 해고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가상자산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만 달러가 무너졌다. 가상자산 2인자인 이더리움 역시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의 추락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은 하락장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지면서 ‘기록적 궤멸’ ‘대학살 수준의 폭락’이라는 시장 반응이 나왔다.
앞서 비트코인은 유동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숱한 악재에도 지난 5년간 2만 달러대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 공포와 증시 급락, 글로벌 경기 침체, 가상자산 파생상품 업체의 줄파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더리움의 가격 추락은 ‘코인런’과 가상자산 담보대출 ‘상품 청산’을 불러오고 있다. 가상자산 대출업체 셀시우스에 이어 홍콩 디파이업체 ‘바벨 파이낸스’가 예금 인출과 환매를 중단했다. 대출 잔액만 3조8850억 원이다. 가상자산 시장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스리 애로스 캐피털(3AC)’은 루나 사태 손실로 파산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상자산거래소도 휘청이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크립토닷컴은 전체 인력의 5∼18%를 해고하는 대대적인 직원 감축에 나섰다.
최정무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지난 10년간 호황기를 거쳐 경기 침체 사이클로 접어들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유동성 공급 이후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면서 “세계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가상자산 관련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초위험 자산인 가상자산이 가장 먼저 투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시장 재도약 ‘반전 카드’ 있나
그러나 이런 공포심리로 가상자산 시장이 붕괴해 한때 존재했던 역사의 에피소드로 남을 것 같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소멸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전 세계 정부가 동시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전부 없앨 수 없고 가격도 제로에 수렴시킬 수 없다. 역설적으로 가상자산은 각국 정부의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이고 조세 회피가 가능한 ‘금융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비트코인이 활용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가상자산은 코인으로 불리는 주식시장과 같은 유통시장과 기술로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나눠서 인식해야 한다”면서 “가상자산은 분산·헤지 기능으로 기존 화폐와 자산을 보완하는 신규 투자자산으로 금융시장에 편입돼 거래되는 것이고,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금융서비스 개선과 메타버스, NFT, 디파이, 웹 3.0 등 혁신 산업을 개척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결국 해당 자산에 대한 신뢰와 이용자 규모가 이를 부정하는 사람보다 많아야 시장의 영속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대표적 신뢰자산인 금(Gold)이 시가총액 12조 달러로 평가받을 만큼 충분한 활용성과 내재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지만 그 반대 사람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치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연간 55조 원, 거래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525만 명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과 실물경제가 밀접하게 연계됨에 따라 투명성과 규제체계가 마련되는 안정화 과정을 거치는 시기에 글로벌 악재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이 제약되고 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장할수록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술 생태계가 있는 가상자산 주목해야
화폐가 국경을 넘어설 때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채권, 화폐 발행 등으로 변동성을 통제한다. 통화주권은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을 가만 두지 않는다. 가상자산이 실물화폐를 대체해 미래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코인 유통시장에 매몰된 극단론자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산으로 매력적이라는 입장이 주류다. 따라서 가상자산이 통화화폐가 될 이유나 필요성이 없고 대체할 수도 없다는 것이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 회장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으로 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조정되고 구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해외 주요 국가는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을 효율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해 금융안정의 유효성과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공고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상원은 가상자산을 유가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해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가상자산을 무형의 대체가능 자산인 ‘부수 자산’ 상품으로 규정해 관할하는 내용이다. 자본 조달을 위해 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증권처럼 작동하지 않는 디지털자산이라는 개념이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과 공시 규정도 담긴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로 시장을 석권하고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처럼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탄탄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보하고 혁신적인 응용 기술을 넓혀 가는 가상자산이 수요와 가격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가상자산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외부효과를 자극해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촉매제 기능을 수행하고 경제 성장과 금융 효율에 기여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관측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심화와 미국 금리 인상, 무담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사태에 따른 패닉 상황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장기 약세장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스테이블 코인의 디페깅(고정가격이 무너지는 현상) 등 투자에 유의하면서도 블록체인 생태계 기반 메타버스, NFT, 웹 3.0 플랫폼으로 디지털 경제 패권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가상자산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경제 관통 웹3.0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최정무 아멕스지그룹 회장
최정무 아멕스지그룹 회장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상임부회장한국디지털자산산업연합회 수석부회장
아멕스지그룹 최정무 회장은 28일 가상자산 가치 폭락과 관련해 “분산 데이터 저장 기술인 블록체인은 가상자산의 기반이며 웹 3.0의 결정체로 디지털 경제 생태계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웹3.0은 탈중앙화 기반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차세대 인터넷 환경이자 약속된 프로토콜(통신 시스템 내 데이터 규칙)로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웹 형태를 말한다.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새로운 변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이미 인공지능(AI), 로봇, 클라우드 등 지식 디지털 기반으로 변환된 점을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데이터와 이익을 독점·통제하는 플랫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발전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웹 3.0 시대에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경제 주체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경제체제인 ‘프로토콜 경제’로의 대전환이 가속화된다”고 밝혔다.
현재 웹 3.0은 인공지능, 데이터, 블록체인 등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특정 기술이라기보다 문화나 철학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를 중앙화하지 않으면서 사용자 맞춤 서비스를 구현하는 스타트업 인럽트의 솔리드 서버 기술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웹 3.0은 방대한 기술을 포함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NFT, 탈중앙화조직(DAO), 분산형금융(디파이) 등이 융합된다. 특히 특정 서버를 이용하지 않는 블록체인은 분산된 참여자의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고, 참여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이라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최 회장은 “블록체인 구조 안에서 가상자산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합되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기 쉬워졌고 돈의 길목에 서있는 금융산업이 가장 먼저 웹 3.0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지금은 중앙·집중의 웹 2.0과 개인·분산·보안 중심의 웹 3.0 간의 시대 대결로 보이지만 경제 포털 격인 디앱(DApp·블록체인 P2P 네트워크에 구축된 분산 애플리케이션)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생태계를 대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웹 3.0 시대에는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일정과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을 입력하면 인공지능 기반의 웹이 알아서 맞춤형 여행지를 골라 비행기와 호텔, 맛집 등을 예약하고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다.
또 출근 대신 개인 디지털 지갑에 모바일 신분증으로 디지털 사회에 접속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벌인다. 디지털 노동에 대한 가치를 NFT로 부여받고 개인 지갑이나 별도 저장 공간에서 관리하면서 거래소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 능력에 따라 각종 DAO에 참여해 산출물을 생산·거래하는 다양한 디지털 경제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개개인이 통제할 수 있고 수익활동을 벌일 수 있는 디지털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블록체인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등 앞다퉈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장, 스테이블 코인의 등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현상으로 수요가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블록체인 도입 수준은 과거 인터넷이 대중화에 첫발을 내디딘 1998년쯤으로, DAO와 NFT를 기반으로 하는 웹 3.0 커머스가 등장할 정도의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기술이 현실화되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반전과 붐이 재차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