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팀이 세계 최고 AI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이 표절 의혹에 휩싸여 저자들이 논문 철회 의사를 밝히고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회 측은 해당 논문의 표절 여부를 조사 중이며 서울대도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를 열어 진상 조사에 나섰다.
문제가 된 논문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팀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에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우수 논문으로 선정돼 제1저자인 서울대 대학원 AI전공 학생이 23일 구두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발표 다음 날 이 논문이 국내외 논문 10편 이상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유튜브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윤 교수는 제1저자가 다른 공저자들 몰래 남의 논문을 베껴 넣었다며 “제1저자의 단독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윤 교수는 학계의 질의에 대표로 답하는 교신저자로 논문의 최종 책임은 대학원생인 제1저자보다 윤 교수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유튜버가 하루 만에 찾아낸 표절 대목을 최종 책임자가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연구윤리 불감증이 놀랍고, 그 책임을 제자에게 떠넘기는 ‘꼬리 자르기’식 대처도 실망스럽다.
공저자 6명이 쓴 이번 논문에는 서울대 대학원생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아들도 참여했고, 논문 말미에는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언급돼 있다. 정부의 연구 지원 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