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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문명前에 터키 아나톨리아 문명이 있었다”

입력 | 2022-06-28 03:00:00

이희수 교수 ‘인류본사’ 출간
4대 문명보다 6000년 앞선 문명…괴베클리테페서 돌기둥 등 발견
학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영향”



북아프리카 모로코 아틀라스 산맥을 방문한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이희수 교수 제공


2014년 8월 세계 고고학계를 뒤흔든 발굴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독일의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가 이끄는 발굴조사단이 터키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괴베클리테페에서 1만2000년 전 신전도시 유적을 확인한 것. 보고서에 따르면 유적지에서 50t이 넘는 돌기둥 20여 개가 확인됐고, 돌기둥에는 멧돼지를 비롯한 동물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세계 4대 문명이 꽃핀 시기보다 무려 6000년 앞선 수렵·채집 시기에 문화예술사적으로 뛰어난 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였다.

1983년 터키 이스탄불대 대학원에서 역사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터키 일대 아나톨리아 문명에 눈뜬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69)는 발굴조사 보고서가 나온 직후 곧장 현장으로 날아갔다.

“이 정도 규모의 신전을 지으려면 최대 1만 명에 이르는 노동력이 필요해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상부에 위치한 아나톨리아가 인류사의 뿌리였던 겁니다.”

이 교수는 27일 4대 문명의 모태(母胎)인 아나톨리아 문명을 조명한 신간 ‘인류본사’(휴머니스트)를 출간했다. 본보와 전화 인터뷰가 진행된 21일에도 그는 터키 히타이트 유적지에 머물고 있었다. 진실은 현장에 있다고 믿는 그는 “인류사의 뿌리를 찾기 위해 1983년 이스탄불대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로 수십 곳에 이르는 아나톨리아 유적지를 찾아다녔다. 신간에는 지난 40년간 나의 발품과 고민이 담겼다”고 말했다.

책에는 생생한 현장이 빼곡하다. 이 교수는 고대부터 오스만제국에 이르는 중동사를 서술했을 뿐 아니라 괴베클리테페,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유적지 등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탐방기를 함께 실었다.

“괴베클리테페 유적지에서 제 키의 3배 가까이 되는 신전 기둥을 보고 나서야 당대 문명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몸소 깨달았어요. 독자들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현장을 느끼길 바랐습니다.”

최근에도 터키 곳곳에서 1만 년 전 대규모 주거지 터가 잇달아 발굴됐다. 이에 따라 아나톨리아 문명이 남하해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학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