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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조정환)는 28일 집에 불을 질러 연상의 동거녀를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구속 기소된 A씨(3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4명은 ‘유죄’, 5명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11월 경북 구미시 봉곡동 다세대주택 2층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내 동거녀 B씨(60)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화재 후 피해자가 병원에서 의식이 잠시 돌아왔을 때 ‘부탄가스로 고기를 구워 먹다 불을 냈다’고 진술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발화 원인인 휘발유와 대조했을 때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자신이 불을 냈다고 인정했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불을 낸 사람은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는다’는 소견이 있기는 하지만 화염의 위치에 따라 화상을 입는 부위가 다를 수 있어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 4층에 사는 임대인으로부터 ‘이사를 가 달라’는 요구를 받자 B씨와 말다툼한 후 집을 나왔다.
이후 B씨로부터 ‘휘발유 사니? 임대인 집 앞에 불질러봐’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그는 ‘살고 싶으면 나가라, 돌이킬 수 없다. 불 질러버리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20여분 후 A씨의 집에서 불이 났고 A씨는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B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B씨는 한달 후 패혈증으로 숨졌다.
지난 22일 검찰은 “피해자와 나눈 문자메시지, 휘발유를 구매한 영수증, CCTV, ‘불을 낸 사람은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는다’는 국과수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이 불을 낸 범인”이라며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말다툼하던 피해자가 자기 다리에 휘발유를 끼얹은 후 담배를 피우다 실수로 불을 낸 것”이라며 “피해자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정전으로 캄캄해 서둘러 먼저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대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