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만 농업인의 버팀목인 농협에서 또 다시 직원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기 광주지역 농협에서 5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진 지 불과 보름 만에 거액의 횡령 사건이 재현된 것이다.
28일 경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한 지역농협이 5년간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30대 직원 A씨를 수사해 달라고 파주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회계장부를 작성하면서 매입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수십 배가량 부풀린 뒤 남은 차액을 본인 계좌나 차명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횡령 사건은 앞서 경기 광주지역 한 농협에서 발생한 50억원대 횡령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자금출납 업무를 맡았던 30대 B씨는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주식 투자와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번에 거액을 빼돌린 A씨 역시 가상화폐(코인) 투자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권의 잇단 횡령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농협에서도 횡령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경남 창녕의 한 지역농협 간부급 직원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800만원 상당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지난 4월에도 경남 진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던 과장급 직원이 2년여에 걸쳐 농민 돈 5800여만원을 빼돌린 정황도 있었다.
농협중앙회가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횡령의 유형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산 감사 항목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가동했지만 개인의 일탈 행위를 막지는 못했다.
더욱이 비료 가격 인상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시름을 덜기 위해 농협이 정부 예산을 받아 각종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새는 돈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파주지역 농협 횡령 사건은 전국 농·축협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벌이던 중 적발한 것으로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관용 원칙에 따라 해직 등 강력하게 조치하고, 직원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했다”며 “내부 감사와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