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최고금리가 연 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2.6.26 뉴스1
연 7% 선을 넘었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며칠 새 6%대로 내려왔다. 금융감독 당국과 여당이 ‘이자 장사’를 강하게 비판한 뒤 은행들이 황급히 대출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가 내린 유류세가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벌이고, 정유사들의 가격담합 여부도 조사하기 시작했다. 14년 만에 6%대로 치솟고 있는 소비자물가, 미국 긴축의 영향으로 급등한 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시장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예금-대출 금리차 확대로 큰 이익을 낸 은행들에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리 상승기에 금융소비자 이자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 금융기관이 협력해 달라”고 당부한 직후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업계의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이 발언들이 나온 후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6%포인트 떨어뜨렸고, 석유업계는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원하는 대로 됐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당국의 눈치를 보는 은행들이 눈에 많이 띄는 일부 대출금리만 낮추고, 대다수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들이 휘발유 값 인하를 약속해도 직영이 아닌 주유소까지 가격인하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올해 초 문재인 정부가 치솟는 외식가격을 잡겠다며 치킨, 피자 값을 공개하는 ‘외식가격 공표제’를 도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도 그만큼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부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