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유예하고 전기료 지원도 플로리다는 12억달러 감세 계획 “인플레 더 부채질” 우려도 많아
5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한 주유소 표지판에 갤런당 6달러 이상의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 뉴시스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수당(inflation relief)’이라 불리는 현금 지원을 하는 주(州)가 늘고 있다. 현금 지원이나 세금 환급 조치는 당장의 물가 고통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캘리포니아주는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가구당 최대 1050달러(약 135만 원)를 나눠주기로 했다. 27일 미 언론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주 의회는 이런 내용의 인플레이션 수당 패키지에 합의했다.
총 1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에는 인플레이션 수당을 비롯해 경유세 유예, 임차료와 전기료 지원 등이 포함됐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평균 휘발유값이 갤런당 6.32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30% 가까이 높다. 주지사실은 “글로벌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주민에게 현금을 돌려주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수당은 세금 환급 형태로 신청자 계좌에 직접 입금되며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달 주정부 재정 여유분을 활용해 12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만들었다. 서부 아이다호주도 주민에게 75달러씩 세금을 환급하기 시작했고 인디애나 켄터키 같은 주도 비슷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40여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월급을 생활비로 다 소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개인 간(P2P) 금융 대출회사 렌딩클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는 ‘하루 벌어 하루 산다(paycheck to paycheck)’고 답했다. 특히 연봉 25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자의 30%도 이같이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컨설팅 업체 윌리스타워왓슨 설문조사에서도 연봉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상인 응답자의 36%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고 밝혔다.
근로자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임에도 더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따라잡기 어려운 실상은 신용카드 결제액 증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미국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총 84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