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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6월 물가 6%대 나오면 빅스텝 가능성”

입력 | 2022-06-29 10:03:00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물가가 6%대를 기록할 경우 한국은행이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한국은행 내부 예측이 나왔다. 주요 전망기관들도 다음 달 물가를 5%대 후반~6%대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어 한은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서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9일 뉴시스에 “다음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할지 말지 여부는 다음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가가 얼마나 나오느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텐데 6%대가 나온다면 ‘빅스텝’에 동의하는 위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물가가 5.8%나 5.9% 정도 나오면 조금 애매해 질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라도 ‘빅스텝’ 소수의견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기준금리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이승헌 부총재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선제적 통화정책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빅스텝을 시사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더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헌 부총재도 23일 ‘21세기 금융비전포럼’ 주최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선제적인 통화정책 운용으로 물가상승세를 둔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 단행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도 이후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섰던 때는 2008년(4.7%)과 2011년(4.0%) 두 차례 밖에 없었다. 올 들어서도 3월(4.1%), 4월(4.8%), 5월(5.4%) 등 3개월 동안 4% 이상의 물가를 지속하고 있다. 물가는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중이다.

이와 관련 한은 집행부는 내년에도 목표 수준을 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 집행부는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2008년과 2011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적이 있는데, 두 시기 모두 물가목표를 상회하는 상승률이 1년 정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 역시 자체 지속성을 지닌 인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했다. 한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지난해 이맘때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이미 1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인플레이션의 지속기간은 과거에 비해 길어 보인다”며 “과거 물가 급등기가 1년 정도 지속됐던 만큼 인플레이션 지속기간이 과거 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위원도 “(5월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두 번째로 높은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커 보인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함께 나타나고 유가와 식량가격 상승, 원화가치 하락 등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 강도와 지속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물가 파급효과가 이전에 비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한은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연 1.50~1.75%)과 우리나라(연 1.75%)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은 수준으로 다음달 우리나라가 빅스텝을 단행해도,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0.7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한은 외부에서도 물가 우려 등에 따른 빅스텝을 예고하는 전망이 늘고 있다. 글로벌투자 은행(IB)도 잇따라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앞서 이미 JP모건과 씨티은행은 다음달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이 6%대에 진입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은 후 ‘빅스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도 최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인 4.7%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2008년과 비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간 5%대 물가 상승률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다음달이나 7, 8월 중 소비자 물가가 6%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26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미국, 유럽 등이 30~40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6월 또는 7~8월에는 6%의 물가상승률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내 떨어지면 숨통이 트일 텐데 상당 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기본적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 원자재가격, 국제 곡물가 급등의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전 세계에서 돈이 굉장히 많이 풀렸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도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와 같이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대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대비 상승폭도 0.6%포인트로 2008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다. 직전 최고 상승폭은 2011년 1월의 0.4%포인트 였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3~4분기(9개월~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