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제초작업 중 신증후군출혈열(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육군 A 일병이 군의 안이한 초동 대응과 부실한 의료체계 때문에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일병이 진단을 제때 받지 못하고 사망한 데는 군의관의 안일한 태도, 혈액검사 기기의 고장, 늦은 후송 등의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2020년 8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육군 6사단 소속이었던 A 일병은 부대 내에서 제초 작업을 하다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A 일병은 8월 13일부터 몸살 기운, 두통, 어지러움, 미열 등 증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당시 A 일병은 열이 37.8℃에 이르자 대대 의무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19일 6사단 의무대를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센터에 따르면 군의관은 별다른 문진 없이 발생 원인을 ‘자연발생’이라고 기재하고 A 일병을 입실시켰고 한타바이러스 진단키트(ICA 진단키드)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군의관은 39℃ 이상 발열이 확인될 시 ‘즉시 후송’ 방침을 어기고 A 일병을 방치했다고 한다.
결국 A 일병은 21일 정오가 돼서야 국군 포천병원으로 이송돼 한타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고 22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진 뒤 23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센터는 “한타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간호장교는 혈액검사 기기가 고장 나서 검사가 제한된다고 보고했다”며 “적시에 진단해 보존적 치료만 충분히 받으면 사망에 이르지 않고 치유되는데 50시간이나 사단 의무대에서 허송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