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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박태환 넘었다는 표현 맞지 않아…은메달 뜻깊어”

입력 | 2022-06-29 14:40:00


부다페스트에서의 역영을 통해 세계무대에 자신을 확실히 각인한 황선우(19·강원도청)는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선배’ 박태환(33)과의 직접 비교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자세를 낮췄다.

황선우는 29일 오전 서울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22 국제수영연맹(FINA)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영화관에서 치러진 이번 간담회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려 황선우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황선우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7로 터치패드를 찍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경영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입상한 것은 2011년 상하이 대회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금메달 이후 11년 만이다.

자유형 200m로 범위를 좁히면 2007년 멜버른 대회 박태환의 동메달 이후 15년 만에 나온 메달이다.

황선우는 “세계선수권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호주에서 전지훈련까지 진행했는데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어서 뜻깊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는 경험 부족을 여실히 노출하며 높은 단계에 오를수록 오히려 페이스가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 황선우는 이번엔 이상적인 힘 배분으로 레이스를 소화했다.

예선에서 1분45초79(전체 2위)로 몸을 풀었고, 준결승에서 1분45초46으로 예선 기록을 0.33초 앞당겼다.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결승에서는 모든 힘을 쏟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운영이 늘었다는 점”이라는 황선우는 “도쿄에서는 경험이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예선부터 오버 페이스를 했는데 이번에는 예선, 준결승, 결승에서 기록을 조금씩 줄여가며 레이스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선우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간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태환과의 비교는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자유형 100m와 200m 기록은 황선우가 박태환보다 빠르다.

황선우는 “박태환 선수 수영계의 한 획을 그은 엄청나게 대단한 선수다. 넘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면서 “나도 더 열심히 훈련해서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다비드 포포비치(18·루마니아)의 이야기에는 “대단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포포비치는 1분43초21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황선우를 제치고 자유형 200m 금메달을 가져갔다.

“(3위를 차지한) 톰 틴과 서로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포포비치의 1분43초대 기록이 ‘미친 거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는 황선우는 “경기 전 포포비치한테 장난으로 ‘너 1분43초대에 들어갈 것 같다’고 했는데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 1분43초대를 찍는 모습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1분43초대에 있는 선수가 4~5명 정도 된다. 100m를 49초대로 편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1분43초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사실 49초대는 너무 힘들다. 50초1대를 바라보겠다”고 웃었다.

포포비치라는 좋은 라이벌의 등장은 황선우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된다. 황선우는 “종목도 같아서 앞으로 계속 같이 갈 친구인 것 같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좋은 레이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유형 200m 은메달로 산뜻한 대회의 시작을 알린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100m, 단체전인 남자 계영 400m, 남자 계영 800m, 남자 혼계영 400m, 남자 혼성 계영 400m 등 총 6개 종목에서 10번이나 물살을 가르면서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쓰인 5개의 한국기록에 모두 관여했다.

무엇보다 호주 전지훈련을 함께 했던 이호준(21·대구광역시청), 김우민(21·강원도청), 이유연(22·한국체대)과 호흡을 맞춘 계영 800m에서 결승 진출과 한국기록을 경신한 것이 크게 기억에 남는 듯 했다.

황선우는 “사실 계영 800m를 준비하면서 멤버들이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 예선 때 7분8초대로 결승에 가서 다들 정말 기뻐했다. 결승에서는 7분6초대로 기록을 당겼다. 결과는 6등이지만 엄청나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이어 “한국 수영은 (세계 대회에서) 단체전 결승에 간 적이 없다. 사실상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단체전이었는데 계영 800m에서 좋은 결과 만들어내서 더 열심히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다만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직후 치러진 자유형 100m에서는 예상과 달리 결승행에 실패하는 등 체력적인 면에서는 아직 약점을 보였다.

황선우는 “나는 한 번 레이스를 하면 기진맥진하는 스타일이다. 회복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 “경기를 계속 하면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곧장 먹은 삼겹살과 짜글이가 너무 맛있었다며 미소를 지은 황선우는 호주 전지훈련을 함께 했던 전동현 대표팀 지도자, 박지훈 트레이너, 이안 포프 코치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황선우는 “포프 코치님이 돌핀킥과 터치를 굉장히 강조하셨는데 이번에 터치가 잘 된 것 같다. 포프 코치님이 실시간으로 보시고 ‘터치를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황선우는 또 다른 기초 종목인 육상의 대표 주자로 세계선수권을 앞둔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황선우는 “(실내)세계선수권과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셨을 때 문자 메시지로 축하를 드린 적이 있다. 함께 서로 열심히 훈련해서 한국 육상과 수영을 빛냈으면 좋겠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