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트럼프, ‘의회 난입’ 시위대 합류 시도…말리는 경호원 목 졸라”

입력 | 2022-06-29 19:26:00


지난해 1월 6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과 합류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차 운전대를 뺏으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말리는 경호원 목을 졸랐고 시위대를 “내 사람들(my people)”이라고 부르며 “그들이 (의회에) 들어가게 놔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싱턴 검찰이 트럼프를 주시하고 있다”며 증언의 파장을 전했다.


● “트럼프, ‘난입’ 시위대 가담 시도”


트럼프 행정부 당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수석보좌관이던 캐시디 허친슨(25)은 28일 미 하원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시위대가 총, 칼, 테이저건 같은 무기를 소지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빌어먹을, 그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난입 사태 때 워싱턴 백악관 남쪽 일립스 공원에는 트럼프 지지자 수천 명이 모여 ‘대선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허친슨의 증언에 따르면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시위대를 수색하는 것을 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빌어먹을 금속탐지기를 치워” “그들은 나를 해치려는 것이 아냐”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어 “내 사람들이 의사당으로 행진하게 하라”고도 했다.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행진하자 대통령 전용차인 ‘비스트(Beast·야수)’에 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나도 의회로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경호원들이 만류하자 그는 “빌어먹을 내가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고 소리치며 경호원 목을 조르고 완력으로 운전대를 빼앗으려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난입 사태 당일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SS 간 통신기록이 공개됐다. 그날 낮 12시 29분부터 SS는 “‘거물’(대통령 코드명)이 의회로 가고 있다” “대통령이 걸어가고 싶다고 한다. 경호원들이 말리고 있다” “지금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잇달아 올렸다.

허친슨은 당시 시위대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외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는 잘못 없다. 그(펜스 부통령)는 당해도 싸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 백악관 측, 사태 며칠 전 위험 인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이 폭동 조짐을 알고서도 방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허친슨은 “(난입 사태) 나흘 전 메도스 비서실장과 앤서니 오나토 SS 부국장은 (6일) 집회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메도스 비서실장은 “상황이 정말 매우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는 “우리를 의사당으로 가게 만들 뭔가 벌어지고 있다. 그건 훌륭할 것이다”라며 폭동을 부추기는 듯한 말도 했다.

난입 사태 당일 우려한 상황이 벌어지자 팻 시펄로니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은 허친슨에게 “대통령 일행이 의회에 못 가게 막아라. (가게 되면) 누군가 피를 흘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허친슨은 2020년 12월 1일 윌리엄 바 당시 법무장관이 ‘대선 사기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식사하다 그릇을 벽에 집어 던졌다고도 말했다.

허친슨의 증언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허친슨이 증거가 될 만한 기록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WSJ는 “허친슨의 증언이 트럼프에게 내란, 선거 방해, 폭동 선동, 폭력 음모 등의 혐의를 적용할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하원 특조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협박에도 공개 증언을 결심한 허친슨에게 “미국은 그에게 빚을 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친슨은 완벽한 거짓말쟁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