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이 비공개 온라인 회의에서 카메라를 켜지 않은 동료 의원을 향해 입에 담기 민망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이른바 ‘짤짤이 논란’으로 시끄럽다. 해당 의원이 실제로 성희롱 표현을 했는지, 당 윤리위의 6개월 당원 자격정지 결정이 적당한 징계인지는 이 자리에서 따질 일이 아니다. 다만, 이번 짤짤이 소동은 소란의 장본인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참여자들에게 카메라 온(ON)을 강요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도입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과연 카메라 ON이 참여도를 높이고 회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유용한가라는 실질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근호에 실린 연구 논문 ‘화상회의, 카메라를 켜야 할까(Cameras On or Off?)’는 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 사례다. 연구자들은 미국에서 수천 명의 재택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를 항상 켜두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을 뒤집었다. 참여자들은 회의 참여 시간과는 상관없이 카메라를 계속 켜두는 데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고 오히려 회의 참여와 발언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더 컸다. 특히 자기 보여주기 압력에 취약한 여성과 좋은 성과를 내고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신입 직원일수록 피로감이 더 컸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ON이 참여와 발언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고 권장돼 왔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요즘은 업무 주도권과 자율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다.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상황과 사정에 맞게 결정하는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면 퇴사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애플이 최근 주 3일 의무 출근 방침을 정하자 인재들의 이탈이 2배로 늘었다. 이제는 재택근무를 넘어 휴가지에서 휴가(vacation)를 보내며 업무(work)를 하는 워케이션까지 허용해야 할 판이다.
물론 리더는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를 통제와 평가로만 이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모두가 같은 시각에 한 장소에 모여 일할 때 리더는 자연스럽게 관리·감독의 역할을 맡았다면 이제는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월급 같은 외적 보상보다 자기 성장과 충만한 삶에 대한 욕구에서 더 일할 맛이 난다고 한다. 동기 유발은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자율성 보장이 핵심이다. 카메라를 켤지 말지는 자율적 선택에 맡기는 것이 하이브리드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