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당신은 해양문화를 전공하니까 커뮤니티 플랫폼이 어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미래를 내다보는 해양민속학자가 되시길.” 지난주 아내가 보낸 문자메시지다. 지금껏 칼럼을 쓰면서 아내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해산물에 대해 잘 모르는 아내를 관찰한 에피소드가 소재였다. 4년 동안 남편이 쓴 칼럼을 읽은 효과일까. 요즘은 해양문화와 물고기에 대해 곧잘 아는 척을 하더니 급기야 생각지 못한 주제를 알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내의 제안에 홍게를 주문해 보라는 답 문자를 보냈다. 신선도를 확인한 후에 관심을 가져 보겠다고 했지만, 주말에 해산물을 먹으려는 속셈이었다. 주문한 홍게가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하게 홍게찜과 맥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흥이 난 아내는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태도로 말문을 열었다. “소비자가 어부에게 조업 요청을 하면 물고기를 잡아서 보내주는 시스템이야. 어획하자마자 배송하니까 소비자는 신선한 해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고, 어부는 중간 유통과정이 없으니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공정 플랫폼이라 할 수 있어.” 아내의 말에 건성으로 답하며 홍게와 맥주를 즐겼다. 귀담아듣지 않는 걸 눈치챈 아내는 “지금까지 바닷가를 다니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우리 어촌의 미래도 고민해 봐”라며 허를 찌르는 게 아닌가. 할 말을 잃고 커뮤니티 플랫폼을 살펴봤다. 소비자가 주문하고, 선장이 잡아서 보내주는 직거래로, 어장과 조업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다.
소비자 반응을 읽다가 “주문한 생선은 도대체 언제 받아볼 수 있나요”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배송할 날짜에 맞춰서 물고기가 잡혀줄 리 없으니 당연한 반응일 터. 빠르면 주문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지만 5, 6일 기다리는 건 예삿일. 당일 배송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으로 보였다. 중간 유통단계가 없다지만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았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