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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지식만으론 미래 대응 어려워… 대학이 ‘능동적 학습’ 이끌어야”

입력 | 2022-06-30 03:00:00

미래형 교육기관 ‘태재대학’ 내년 개교
염재호 단장-스티븐 코슬린 교수 대담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태재대학은 학생들이 가만히 앉아서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능동적 학습’의 주체자로서 활발히 참여하는 교육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태재대학 총장 내정자인 염재호 설립준비단장(왼쪽)과 미네르바대학 설립에 기여한 스티븐 코슬린 교수가 능동적 학습 모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세기형 미래대학을 지향하는 ‘태재대학’이 내년 3월 국내에서 개교할 예정이다. 태재대학은 올 1월 교육부에서 설립계획 인가 승인을 받은 뒤 교육계의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캠퍼스 없이 학생들이 100%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듣고 전 세계를 돌면서 과제를 해결하는 태재대학의 교육모델이 기존 국내 대학의 교육방식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혁신 대학인 미네르바대학과 비슷한 방식이다.

학교법인 태재학원은 최근 미네르바대학 설립에 기여하고 하버드대 사회대학장을 지낸 스티븐 코슬린 교수와 태재대학만의 ‘능동적 학습’ 모델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코슬린 교수는 교육 컨설팅 회사인 액티브러닝사이언스 대표이기도 하다. 액티브러닝 자체가 능동적 학습이라는 뜻으로, 미네르바대학의 교육이 추구하는 모델이다.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코슬린 교수와 태재대학 초대 총장으로 내정된 염재호 태재대학 설립준비단장을 만났다. 염 단장이 질문하고 코슬린 교수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새로운 대학을 둘러싼 이야기를 정리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지만 학생들이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사고력을 높이기보다 정답을 찾기 위해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다. 그 문제점이 뭔가.(염 단장)

“대학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만 하면 안 된다. 누구나 키보드 클릭 몇 번이면 지식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다. 대학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고, 목표를 이루는 데 쓸 수 있는 지적 도구를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게 바로 능동적 학습이다.”(코슬린 교수)

―능동적 학습이 뭔가.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교수의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적극 참여하는 방식이다. 모든 학생이 전체 수업시간의 75% 이상을 토론과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많이 설명하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면 심층 학습이 촉진되지 못한다. 그러면 지식을 배워도 적용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지도 못하게 된다.”

―능동적 학습은 어떻게 하는 건가.

“능동적 학습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그만큼 사전 학습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일명 ‘거꾸로 학습’이다. 미네르바대학 학생들은 수업 전에 짧은 동영상을 듣거나 자료를 읽으면서 사전에 수업을 준비한다. 강의실에서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참여한다. 이런 방식에서는 학생이 절대 강의를 빠질 수 없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이런 방식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수록 더 심층적으로 알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능동적 학습을 위해선 교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교수들이 기존 강의 방식보다 수업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기존 강의는 여러 번 반복할수록 교수들이 강의 자체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능동적 학습 방식은 학생들의 토론을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지금 대학 강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교수마다 다른 수준으로 제각각 가르치면 안 된다. 동일 강좌를 가르치는 교수진은 매 시간 다뤄야 하는 주제와 학습 성과를 공유하는 수업지도안에 근거해 가르쳐야 한다. 교수가 잘 가르치는지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중요하다.”

―왜 온라인이 능동적 학습에 효과적인가.

“능동적 학습에선 소그룹 토론과 설문조사, 투표 등이 반복된다. 만약 소그룹 토론을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한다면 학생들이 그룹을 나눠 물리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 교수가 소그룹마다 참여해서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대학의 인재 양성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술뿐 아니라 리더와 협력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또 급변하는 세계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같은 지식이라도 다양한 맥락에서 탐구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태재대학 학생들이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 직접 살아보면서 활동해야 하는 이유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