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2020년 5월1일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5.11/뉴스1 © News1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활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바이오기업 신라젠 지분을 인수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가 대법원 판단으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2심에선 자금돌리기 행위로 얻은 이익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벌금을 10억원만 선고했는데, 이같은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과 2심은 문 전 대표 등이 BW를 인수할 때 실질적으로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아울러 이는 신라젠에 대한 배임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1심과 달리 ‘자금돌리기’로 인해 얻은 이익액은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주인수권 행사 시점의 주가와 그 행사금액 사이의 차액을 위반행위로 인한 이익액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에선 자금돌리기 행위로 얻은 이익이 350억원 상당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BW 발행·인수로 문 전 대표 등이 자금조달 비용을 회피하는 이익을 취하고 신라젠은 인수대금이 정상적으로 납입됐다면 취득할 수 있었던 운용이익 상당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에 끼친 손해액은 10억500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배임액수를 350억원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어 “이 부분 범행의 손해액을 신라젠이 취득하지 못한 인수대금의 운용이익 상당액인 10억5000만원으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부분이나 나머지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선 모두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앞서 2심은 문 전 대표가 신라젠 스톡옵션을 부풀려서 지인 등에게 부여했다는 혐의는 일부 무죄로 보고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5년과 벌금 35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병학 전 감사는 징역 3년과 벌금 10억원, 문 전 대표의 공범으로 지목된 조씨는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이 선고됐다.
이번에 대법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관련 배임 부분 액수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으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문 전 대표의 벌금 액수가 1심과 같이 높게 측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