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로 단행된 검찰 첫 정기 인사의 여파로 검찰 내 줄사표 행렬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혜은(사법연수원 33기)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에 이어 고진원 공정거래부장(33기), 임대혁 형사13부장(32기)가 사의를 표명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담당관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제가 사랑하는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검찰 가족으로 보낸 그동안의 세월은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라며 “함께 했던 매 순간 정말 행복했다”고 사직 인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저는 밖에서 항상 응원하면서 검찰에 보탬이 되겠다. 정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관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으로 부임했다. 지난 2004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서울남부지검, 법무부 국가송무과 및 정책기획단 등에서 근무했다. 2015년에는 국가송무 분야 공인전문검사 2급(블루벨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단행된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 담당관은 대구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됐다. 인권보호관은 검찰 내 인권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필요한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보직이다. 하지만 비수사 보직인 탓에 일종의 ‘유배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받은 고진원 공정거래조사부장도 이날 오전 사의를 밝혔다.
그는 “최고의 악몽이 무엇인지에 관해 대학입시에 떨어지는 꿈, 군대 입영 영장을 다시 받는 꿈, 사법시험에 떨어지는 꿈 등 여러 가지가 농담처럼 얘기되지만, 저의 경우는 ‘제가 검사가 아닌’ 꿈이 최고의 악몽이었다”며 “꿈에서 깨어 ‘나 검사 맞네!’를 확인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 만큼 검사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찼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자랑스러운 검찰 구성원이 된지 어느새 18년4개월이 지났고, 요 근래 며칠 불면의 밤을 보냈다”며 “가정에 소홀한 동안 훌쩍 커버린 아이들, 열네 번의 이사와 계속되는 야근, 잦은 회식에도 묵묵히 응원하고 내조해준 아내, 혼자 남으신 아버지,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절친에게 더 늦기 전에 좀 더 가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도 어려운 사정 속 사명감과 검찰에 대한 애정으로 버티며 검찰을 지켜주고 계신데, 이제 검찰 안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재야에서도 항상 검찰을 응원하고, 검찰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고 부장검사 역시 공정거래 분야 수사 전문가로 블루벨트를 획득한 인물이다. 지난해 7월부터 공정거래조사부를 맡아 삼성웰스토리 본사 압수수색, 닭고기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닭고기 생산 판매사와 육계협회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담당관은 이프로스를 통해 “20년이 넘는 세월 삶의 가장 큰 부분이었던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어리석고 모자란 제가 긴 시간 보람있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저를 도와주시고 격려해준 선후배 검사님들 덕분이었다”며, “어려운 시기에 검찰을 떠나게 돼 송구한 마음이 크지만, 새로운 길에서도 검찰을 응원하고 필요한 쓰임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고 사의를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