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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실전투자]집주인, 벽의 실금까지는 안 고쳐줘도 된다

입력 | 2022-07-01 03:00:00

세입자에 ‘수선의무’ ‘담보책임’ 등 5가지 의무 부담해야 하는 집주인
사소한 수선까지 책임질 필요 없어… 적은 비용으로 쉽게 고칠 수 있거나
사용수익 방해 않을 정도면 의무없어 특약으로 수선의무 면제도 가능해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지난해 정년퇴직한 A 씨는 자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가구주택(원룸 16채)을 매수했다. 전월세를 놓아서 임대료를 받아 생활비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세입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었다. 주로 ‘형광등을 교체해 달라’ ‘수도꼭지가 고장 났다’ ‘방문이 뻑뻑하므로 고쳐 달라’ ‘벽에 실금 형태의 균열이 생겨 새로 도배를 해 달라’ ‘이중 창문을 설치해 달라’ 등 사소한 요청들이었다. 처음에는 세입자 요청을 거의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매월 임대 수입에서 수리비를 공제하면 수익률은 2%에 못 미칠 때도 있다. 월세를 받으며 편안한 은퇴생활을 즐기려던 꿈은 깨진 지 오래다. A 씨는 집주인(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지는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졌다.

임대차가 성립하면 집주인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동안 세입자가 목적물(전월세 집)을 사용 수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집주인은 5가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첫째, 집주인은 세입자가 목적물의 사용 수익을 위해 점유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목적물 인도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둘째, 제3자가 세입자가 점유하는 목적물을 침해하는 등 그 사용 수익을 방해하는 때에는 집주인은 세입자를 위해 ‘방해제거 의무’를 져야 한다. 셋째, 집주인은 세입자가 목적물에 지출한 필요비나 유익비에 대해 ‘비용상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넷째, 임대차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집주인은 ‘담보책임’을 져야 한다. 다섯째, 집주인은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23조 참조).

여기서 수선 의무는 목적물에 파손이 생기고 수선할 수 있으며, 수선하지 않으면 계약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 수익할 수 없거나 불가능한 경우에 발생한다. 목적물의 사용 수익이 현저히 곤란한 때도 해당된다. 만약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세입자는 차임 지급을 거절하거나 차임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 임대차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까지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의 수선의무는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목적물의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세입자가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세입자의 사용 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집주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대법원 94다34692 참조). 또한 목적물인 방에 약간의 실금 형태로 균열이 있고 외벽에 금이 가 있는 정도라면 역시 집주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대법원 89도703 참조). 특히 집주인은 목적물이 통상의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면 족하고, 계약 당시 예상하지 아니한 세입자의 특별한 용도를 위한 사용 수익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는 지지 않는다.

참고로 집주인의 수선의무에 관한 규정은 임의규정이다. 그러므로 집주인의 수선의무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면제될 수 있다. 다만, 수선의무 면제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으면 집주인의 수선의무 면제는 소규모의 수선에 한하며, 대규모의 수선비용은 여전히 집주인이 부담한다. 따라서 수선의무 면제 특약을 할 때는 구체적인 범위를 명시해 주는 것이 좋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