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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大法 확정판결 취소… 사상 두 번째

입력 | 2022-07-01 03:00:00

헌재 “법원, 한정위헌 결정 따라야”
大法은 효력 인정 안해… 충돌 불가피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은 법원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심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취소시켰다.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한 것은 1997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최고사법기구 지위를 둘러싼 두 기관의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30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이 법원에 대해서도 기속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법원 재판을 헌재의 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법원이 위헌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재판을 취소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A 씨는 제주도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던 중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심의위원직이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A 씨는 “특가법상 뇌물죄의 처벌 대상인 공무원에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2012년 A 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통째로 삭제토록 하는 ‘단순위헌’ 결정과 달리 한정위헌은 법 조항은 그대로 둔 채 법원의 해석을 위헌으로 판단하는 결정이다.

A 씨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광주고법은 2013년 재심 청구를 기각했고 이듬해 대법원도 재항고를 기각했다. 그러자 A 씨는 헌재법 68조 1항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재차 청구했고 헌재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가 내리는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두 기관의 충돌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