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대표팀 활약했던 피켓 “월드컵 가는 모습 지켜봐달라”
“에이, 너희는 몸 100%가 입장하지만 나는 90%만 입장하니까 할인을 받는 게 맞지.”
여자 축구 선수 카슨 피켓(29·사진)은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놀이공원을 찾았다가 당당하게 장애인 할인을 요구하는 자기 모습을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던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꿈치 아래가 없었던 피켓은 미국 여자프로축구(NWSL) 올랜도 프라이드 시절 같은 팀 동료였던 미국 여자 축구 간판스타 앨릭스 모건(32)이 왼쪽 어깨 부상으로 샤워실에서 머리를 제대로 감지 못하자 “나와 같은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30일 피켓은 이전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또 한 번 해냈다. 왼팔 모양이 ‘남들과 다른’ 축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미국 여자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이미 17세 이하,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한 적이 있던 피켓은 이날 미국 유타주 샌디의 리오틴토 스타디움에서 미국이 콜롬비아에 2-0 승리를 거둔 평가전을 통해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엔트리 승선을 목표로 삼고 있는 피켓은 “그동안 내가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게 스로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축구 규칙상 스로인을 할 때는 머리 위로 올려야 하는데 ‘신이 내게 주신 팔’로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것 말고는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게 없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