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낸 작가 앤서니 브라운 고전 동화 ‘세 가지 소원’ 재해석, 사람 대신 원숭이 주인공 내세워 “어린시절 나를 웃게 만든 이야기… ‘소원’ 주제로 재밌는 책 만들려해” 원숭이들 요정에 빈 세 가지 소원, 엉뚱한 결과 만들며 해피 엔딩
앤서니 브라운의 새 그림책 ‘엄청나게 커다란 소원’의 한 장면. 원숭이 코에 바나나가 붙은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그렸다. 웅진주니어 제공
3마리 원숭이가 초록색 소파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따분해서 졸릴 지경이다. 텔레비전을 끄고 밖에 나가 놀까? 원숭이들이 고민하던 차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등에 날개가 달린 파란 요정이 나타난 것이다. 텔레비전 밖으로 살며시 나온 요정은 제안한다. “너희를 위해서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 나는 너희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줄 거야. 뭐든 말만 하면 돼.” 그러곤 조용히 “소원은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 해”라고 덧붙인다. 과연 원숭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앤서니 브라운은 “많은 나라의 아이들이 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앤서니 브라운전: 행복한 미술관’에서 자신의 그림 앞에 선 앤서니 브라운. 동아일보DB
“사실 ‘세 가지 소원’이라는 이야기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인 건 분명하죠. 온화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신간은 ‘소원’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매번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를 묻자 그는 “아이들은 모두 다르지만 많은 면에서 똑같다. 모든 아이들이 느끼는 기쁨, 슬픔, 흥분, 사랑을 작품에 담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커튼이 닫힌 무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작업 막바지에 표지를 급하게 수정했다. 이 작품을 한 편의 연극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첫 장면은 마치 관객들이 무대 위 연극을 지켜보는 듯하다”며 “농담, 관객 참여, 과장된 캐릭터가 나오는 일종의 팬터마임(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연극)처럼 구성했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요정에게 비는 3가지 소원은 모두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자세한 결말은 밝힐 수 없지만 원숭이들이 함께 행복하게 바나나를 먹으며 마무리된다. 늘 해피 엔딩을 그리는 이유를 묻자 그는 “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이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서 이야기가 끝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을 그리려 한다”고 했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묻자 그는 쾌활하게 답했다.
“소년과 개에 대한 이야기예요. 바다, 하늘, 자갈이 깔린 해변을 배경으로 새로운 모험이 펼쳐질 겁니다. 이 작품을 위해 1년 전부터 바닷가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