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고 싶은…’쓴 윤여진-여주 씨 특정상황서 말 못하던 쌍둥이 자매, 말 못해 외롭고 괴로웠던 기억 꺼내 의료인으로 일하며 환자 잘 보살펴 “상처, 내 일부로 인정하는 게 치유”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윤여진 씨(왼쪽)와 여주 씨. 두 사람은 ‘얼굴, 표정, 몸동작까지 모든 게 부자연스러웠던 아이’라고 자신들의 유년 시절을 회고했다. 윤여진 씨 제공
‘착실하고 내성적인 쌍둥이.’
공부는 곧잘 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표현조차 못 했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윤여진, 윤여주 씨(39)에게 붙었던 별명이다. 부모님은 자폐증을 우려했지만 집에선 수다쟁이가 되는 걸 보고 걱정을 거뒀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너 벙어리야?”라고 물었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자신들이 특정 상황에서 말을 못 하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6월 27일 출간된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수오서재)에서 두 사람은 말 못 해 외롭고 괴로웠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꺼냈다. ‘자유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날’을 갈망했던 두 사람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됐다. 언니 여진 씨는 한의사, 동생 여주 씨는 치과의사다. 29일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은 “말은 못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친구들의 이런 양가감정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말문이 열린 순간은 천천히 찾아왔다. 여주 씨에게는 ‘얼음 땡’ 게임이 계기였다. 여주 씨는 “(평소 말이 없던) 내가 ‘얼음!’이라고 말했지만, 친구들은 게임에 집중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말을 했을 때 ‘너 말할 줄 아네?’라며 신기해하면 더 얼어붙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좋았다. 타인이 내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여진 씨는 “초등학교에서는 ‘말 못 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혀서 더 말을 못 했다. 중학교에 간 후 환경이 바뀌면서 서서히 말문이 트였다”고 했다.
선택적 함구증은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여진 씨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어린이 환자들을 더 세심하게 살핀다. 여주 씨는 표현이 서툰 첫째 아들을 “왜 말 안 해?”라고 다그치기보다 “점점 나아질 거야”라고 보듬는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누구나 있어요. 그 상처들을 들여다보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괴로운 순간을 회상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안아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여진 씨)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런 모습도 내 일부라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여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