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美의 中견제 메시지 그대로 사용 ‘가치 외교’로 서방 밀착 노선 드러내 中반발 거세 관계 유지 해법 고심
윤석열 정부가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가치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이유로 대중(對中) 견제 노선 참여를 망설였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서방 밀착’ 노선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향후 10년간 목표를 담은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통해 처음으로 중국을 직접 거론했다. 나토는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 부문, 주요 인프라, 전략 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려고 한다”며 “우주, 사이버 공간, 해양 영역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뒤엎으려고 노력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역시 나토 회원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결을 맞췄다. ‘보편적 가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뿐 아니라 중국 역시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장 이달 중 미국과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일본과 갈등 중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도 모색한다.
다만 한국이 ‘가치 외교’를 내세우며 미국에 밀착할수록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중국과 관계 유지를 위한 수위 조절도 고심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새로운 인태 전략 구상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고민과 여러 가지 딜레마가 섞여 있다”면서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