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 임윤찬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임윤찬이 스크랴빈의 소나타 2번을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Taeuk Kang
“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달라진 건 없습니다. 우승했기 때문에 실력이 느는 건 아니니까요. 늘 계속 연습할 뿐입니다.”
2022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밝힌 소회는 단출했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재킷을 입은 임윤찬은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상의 큰 변화 없이 앞으로의 일을 스승인 손민수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와 상의하며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결선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은 유튜브 조회 수 352만 뷰(6월 30일 오후 기준)를 기록 중이다. 이 동영상에서 지휘자인 마린 올솝이 공감을 표시하는 제스처를 거듭해 화제가 됐다. 임윤찬은 “초등학생 시절 올솝 선생님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을 지휘하시는 걸 보고 ‘함께 연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 콩쿠르에 지원하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심사위원장을 맡으신 걸 보고 기대가 컸다. 마음이 통했는지 좋은 연주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승 직후 “후배 연주가들은 나를 롤모델로 삼지 말아 달라”고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임윤찬은 “나보다 훌륭한 전설적 피아니스트들을 롤모델로 삼으라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연주가 가진 독특함과 개성이 20세기 초 피아니스트들을 연상시킨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옛 음악가들은 유튜브도 없었고 악보와 자신 사이에서만 영감을 찾았기 때문에 더 독창적이었다.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독서광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은 단테 ‘신곡’ 정도”라며 손사래를 쳤다.
“2020년이던가, 금호아트홀에서 리스트 ‘순례의 해’ 2권 ‘이탈리아의 해’를 연주했는데 그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였습니다. 이 곡을 이해하려면 리스트가 영감을 받은 ‘신곡’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역본을 구입해 읽어봤죠.”
작곡에도 흥미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작곡에는 소질이 없다”고 했다.
임윤찬은 간담회에 앞서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의 전주곡 Op.37 1번과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시범 연주했다. 세세한 뉘앙스까지 전달하는 세공된 터치와 강건한 강약의 대조로 손에 잡힐 듯한 스크랴빈을 선보였다.
제자에 ‘존경’ 표한 스승 ‘지음(知音)의 사제.’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홀에서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윤찬(왼쪽)의 손을 스승 손민수 교수가 잡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손 교수가 제자에게 존경을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목프로덕션 제공 ⓒTaeuk Kang
임윤찬이 출연하는 콘서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는 8월 10일 소속사인 목프로덕션 15주년 기념 공연 ‘바흐 플러스’에서 바흐 피아노 협주곡 5번을,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여름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김선욱의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같은 달 26일에는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27일에는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열리는 현대차 정몽구재단 주최 계촌 클래식 축제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예매가 시작된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10월 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을 협연한다. 이 공연 티켓은 1일 오후 2시 예매를 시작한다. 12월 1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