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4월 말부터 내부적으로 퍼졌다고 밝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경로를 공개했다.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역학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서 유입 경로로 사실상 남한을 지목했다. 민간단체가 북한으로 날린 물건들을 ‘원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곳은 남북한 접경지다.
사령부는 또 이포리를 제외한 지역에서 발생한 발열자들은 코로나19가 아닌 ‘기타 질병’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포리가 북한의 코로나19 ‘최초 발생 지역’이라고 확정했다.
사령부가 공개한 북한의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이포리의 군인과 유치원생이다. 이들은 각각 병영과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을 접촉한 뒤 코로나19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는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어 코로나19 항체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이들이 최초 확진자가 됐다고 사령부가 밝혔다.
사령부는 이들 첫 확진자가 접촉했다는 ‘색다른 물건’이 사실상 우리 측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령부는 “분계연선지역과 국경지역들에서 바람을 비롯한 기상현상과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 있게 대해야 한다”며 “출처를 철저히 해명하고 발견 즉시 통보하는 전 인민적인 감시체계, 신고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이날 지목한 코로나19 첫 확진자들은 4월 중순 이후 열린 태양절(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25일) 등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으로 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를 계기로 각 지역에서 모인 인원들 간의 접촉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는 듯하다.
다만 신문은 “이포리에 유입된 악성 바이러스가 전국 각지에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된 경위도 분석됐다”면서도 그 구체적인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코로나19 역학조사 결과 관련 보도에서 ‘남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물건’은 우리 측 민간단체들이 전단(삐라) 등을 북한에 날려보낼 때 쓰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북한은 지난 5월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표했다. 그러나 북한 내 코로나19가 어디로부터 유입됐는지를 밝힌 것은 약 50여일 만에 처음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