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30대 남녀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녀 간 인식차가 크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그렇게 크지 않아 안심이 된다”고 밝혔다.
1일 여성가족부는 김 장관이 전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로컬스티치에 서 타운홀미팅을 개최해 젠더갈등과 관련한 20·30대 남녀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타운홀미팅에는 여가부가 운영하는 양성평등문화추진단, 청소년특별회의 등을 통해 모집한 청년 23명이 참가했다. 20대 여성 7명, 20대 남성 7명, 30대 여성 4명, 30대 남성 5명으로 성별과 연령대를 고르게 배분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 밝힌 20대 남성 이모씨는 “여성편향적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처 이름을 바꾸거나 조직을 개편할 수는 있겠지만 성평등 주무부처의 사회적 소명은 아직 존재한다”며 “앞으로 개편 과정에서 젠더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현재의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며 “하고 있는 역할이나 기능은 없어질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개편할지 논의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20대 남성 박모씨는 “직장에서 차를 마시러 가면 대부분 여성이 내온다”고 했고, 20대 여성 김모씨는 “공학을 전공하는데 ‘○○회사는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 선배는 면접에서 ‘여잔데 버틸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30대 남성 허모씨는 “곧 아버지가 돼서 직장에 육아휴직을 알아봤는데 남자 직원들은 아무도 육아휴직을 생각하지 않고 인사담장자는 ‘아내는 휴직하지 않냐’고 묻는다”며 “한국 사회는 아직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20대 여성 은모씨는 “아르바이트하던 건물 공공화장실에 못구멍이 있어 본드나 휴지로 막았는데 다음 날 가면 뚫려있는 상황이 반복돼 매일 8시간 동안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며 “SNS에 올라오는 각종 불법촬영물을 플랫폼에 신고해도 접수되지 않고 대응책도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무기력하다”고 호소했다.
30대 여성 사업가 정모씨는 “지방에 거주하는데 사업차 만남에서 ‘남자 대표 없어요?’나 ‘남편 허락 맡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서울과의 성인지 격차가 너무 크다. 지방에서 여성들은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상황을 바꾸기 힘들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모씨는 “명절 때 남자들과 같은 식탁에서 식사하지 못하고 남동생보다 용돈을 적게 받곤 했다”며 “이런 남아선호사상과 가족 내 성차별이 모여서 사회를 만들고, 남녀 차별과 남성의 고위직 진출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성들은 군 복무와 고용할당제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했다.
20대 남성 손모씨는 “남성의 T.O를 떨어뜨리면서 여성을 올리는 정책도 역차별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30대 남성 김모씨도 “고용 시 성별에 가산점을 주는 건 타당하지 않다. 물리적인 가산점을 주는 것보다는 가산점만큼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맞다”고 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공무원 채용 시 특정 성별의 비중이 30%가 안되면 추가 선발하는 제도다. 사기업에서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할당제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20대 여성 강모씨는 “정책 수립보다 중요한 건 그 정책이 왜 필요한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남성의 T.O를 줄이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 권리의 외연 확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자리를 뺴앗았다고 인식되는 것 자체가 정부가 정책 수립 배경을 잘 설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은 김 장관은 “마치 거대한 젠더 갈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만나서 얘기하니 서로 이해하게 된다”며 “사전에 갖고 있던 생각보다 안심이 된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타운홀 미팅처럼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간담회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젠더갈등의 면밀한 원인 파악을 위해 연구용역과 토론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