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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27일, 러군 리시찬 정유공장 장악…우크라, 흑해 뱀섬 탈환

입력 | 2022-07-01 10:46: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7일째인 30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은 동부 루한스크주(州) 내 마지막 도시 리시찬스크 장악을 위한 진격을 이어갔다. 리시찬스크 턱밑 정유시설까지 점령하며 우크라이나 군을 압박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군이 철수한 흑해 요충지 뱀섬(즈미니이섬)에 병력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뱀섬을 거점으로 남부 전선의 러시아 군 점령지 탈환을 위한 반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CNN에 따르면 친러 분리세력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비탈리 키셀레프 러시아측 임명 내무 차관은 러시아 국영TV 즈베즈다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은 리시찬스크 정유소를 완전히 점령했고, (내부) 정리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 사단은 이미 정유 공장 너머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군은 (리시찬스크 남서쪽) 보브호리우카를 점령한 후 (리시찬스크를 향해) 더 가까이 진격했다”면서 “(이번 공격을 통해) 리시찬스크의 50% 가량을 우리의 통제권 안에 두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리시찬스크 인근의 정유 공장을 맹공격했으며, 부분적으로 (공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며 “북서쪽과 남동쪽 구역 일부를 러시아 군이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정유공장은 리시찬스크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10㎞ 떨어진 토폴리우카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루한스크주 서쪽 경계선 끝에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 군이 이곳 장악을 시도한 것은 우크라이나 군의 퇴각로를 미리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동부 세베로도네츠크에서의 아조트 화학공장 등 우크라이나군이 공장을 거점으로 저항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 군은 리시찬스크를 직접 타격하는 공세도 병행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군이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시도했다”며 “적군이 여러 방향에서 집중포격을 하고 있어 리시찬스크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 군이 도시 외곽에 대인 지뢰와 대전차 지뢰를 설치하고 있다”면서 “민간인들의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다이 주지사는 “리시찬스크 50% 가량 지배하고 있다는 러시아 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러시아 군은 리시찬스크 서쪽 방향 도네츠크 주 요충지 슬로뱐스크를 겨냥한 공습도 전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바딤 랴흐 슬로뱐스크 시장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이 지난밤 다연장 로켓으로 우리 지역을 공격했다”며 “인구가 많은 슈퍼마켓과 버스 정류장 두 곳에서 폭발이 있었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군이 철수한 흑해 요충지 뱀섬(즈미니섬)에 병력 배치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CNN에 따르면 나탈리아 흐메뉴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작전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 군이 철수한 것을 확인했지만 섬을 되찾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직 섬 안에 우리 군의 전초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이르지만 상륙을 위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정례 화상 연설에서 “뱀섬은 전략적 요충지로 흑해 정세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며 “그것(뱀섬 탈환)은 러시아 군의 행동을 상당히 제한한다. 우리는 차근차근 그들을 우리 바다·땅·하늘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뱀섬은 러시아가 합병한 크름반도에서 서쪽으로 100㎞, 우크라 3번째 대도시이자 최대 교역항인 오데사로부터 남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섬이다. 면적이 0.3㎢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섬이지만 군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흑해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몰도바·루마니아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군이 점령에 공을 들였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이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를 앞세워 러시아 군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혔다. 판치르-S1(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의 복합 방어체계), 탐지 레이더, 장갑차 등 주요 자산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뱀섬 철수와 관련해 “유엔이 중재하고 있는 오데사 항의 곡물수출 안전회랑 확보에 협조하기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러시아 군이 오히려 오데사 항을 겨냥한 견제용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막심 마르셴코 오데사 군정청장은 지역민들을 위한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 군이 오데사 항구를 겨냥해 미사일 2발 공격을 감행했다“며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프라브다는 보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