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이런 성향은 KBO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올 시즌 추신수의 타율은 0.266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2위다. 하지만 출루율은 0.409로 키움 이정후(0.428), 삼성 피렐라(0.416), SSG 최정(0.416)에 이어 4위에 올라있다. 지금까지 안타를 62개 쳤는데 볼넷(47개)과 몸에 맞는 공(10개)을 합치면 안타와 엇비슷하다.
그러면서 추신수가 KBO리그 최초로 40대에 출루율 4할을 넘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전 40대 최고 출루율 기록은 2006년 롯데 외국인 타자 호세(당시 41세)의 0.399다. 타율은 0.277(415타수 115안타)로 높지 않았지만 엄청난 위압감으로 볼넷을 84개 얻어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 타율 0.412를 기록한 백인천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오래 활약했던 백전노장이었지만 당시 만 39세였다. 39세이던 지난해 처음 KBO리그에 발을 들인 추신수의 출루율은 0.409였다. 올해 적응기를 거친 2년차가 됐고 시즌 전 팔꿈치 수술을 받고 통증을 떨쳐내며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출루율은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의 공을 잘 보고 나쁜 공을 잘 걸러 볼넷 등을 얻어야 숫자가 올라간다. 과거만 해도 눈에 확 띄는 홈런이나 안타가 자주 나와야 올라가는 타율에 주목했지만 현대야구에서 ‘볼넷도 안타’라는 개념이 정립되며 볼넷 등 출루하는 모든 방식을 계산하는 출루율이 각광받고 있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한 번 선구안이 정립되면 스트라이크존에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거의 흐트러지지 않는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다른 경우보다 ‘에이징 커브’도 갑작스럽게 겪지 않는 것 같다. 출루율을 보면 추신수는 아직 은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MLB 시절부터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서부터 위력을 발하며 마흔까지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는 추신수의 모습은 프로에서 롱런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