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홍] ‘가교역할’ 친윤 비서실장 사퇴하자… 李 “0.5초 만감이 왔다갔다 했다” 한밤 논의뒤 일정취소하고 공항에 윤리위 중징계땐 대표사퇴 압박 李 손들어줘도 혁신위 갈등 불가피… 당내선 “갈등 장기화땐 공멸” 우려
활짝 웃으며 악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귀국길 마중을 나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악수한 뒤 짧은 대화를 나눴다. 성남=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표도 나오셨네.”(윤석열 대통령)
“순방 성과가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1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악수하며 나눈 대화다. 이날 이 대표의 윤 대통령 귀국 마중은 당초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다. 서울공항을 찾은 탓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토론회 참석도 취소했다. 이를 두고 7일 성 접대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결정에 앞서 이 대표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 尹의 ‘이준석 고민’만 세 번째
정치에 공식 입문한 지 막 1년을 넘긴 윤 대통령은 그사이 이 대표로 인해 촉발된 갈등만 세 번째 겪고 있다. 첫 충돌은 지난해 11월 말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언론 익명 인터뷰와 대선 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두고 벌어졌다.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지방 잠행을 이어가던 이 대표를 울산까지 가서 만나 담판을 짓고 갈등을 봉합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후보 지시만 받는다”는 조수진 최고위원과 이 대표 간 충돌이 벌어졌다. 그사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윤 대통령은 1월 초 극한 대립이 펼쳐지던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와 포옹하며 극적으로 화해했다.
친윤 인사들이 “그간 경험에 비춰보면 이 대표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배경이다. 이 대표가 3·9대선과 6·1지방선거 연승을 이끈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친윤계 핵심 인사는 “연승이 이 대표 혼자 한 것이냐”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를 마냥 몰아세울 수도 없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고민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2030세대 남성 등 확실한 우군을 가진 이 대표와 척을 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당무에 대해선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한 뒤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본인이 처한 어려움에 대통령을 끌어들여 돌파하려고 한다”며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의 ‘윤핵관’ 관련 발언들 때문에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이 대표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최대 혁신”이라고 했다.
○ 李, 남든 떠나든 내홍 이어질 듯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운명을 좌우할 윤리위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내려지든 내홍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윤리위가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일단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되지만 당 혁신위원회 등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이처럼 갖가지 경우의 수가 거론되면서 여권 안팎에서는 “갈등 장기화는 공멸의 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지금 주요 당무 결정은 7일 이후로 미루고 윤리위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 크로스’가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