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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뒤섞기, 합치기… 창의적 사고의 탄생

입력 | 2022-07-02 03:00:00

◇경계 넘어 네트워킹하기 김용학 지음/352쪽·2만 원·나남출판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때 아이들은 통곡하곤 한다. 굉음 가득한 원통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공포감 탓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MRI 장비를 개발해온 더그 디에츠는 혁신에 나선다. 장비 외관을 보물선처럼 꾸민 것. 공포에 떨던 아이들은 호기심을 품고 MRI 장비에 다가왔다. 의료진은 물론이고 어린이박물관 직원 등 각계각층 의견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창의성이란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질적인 생각과 분야가 만나는 ‘네트워킹’ 과정을 통해 창의성이 탄생한다는 설명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물 곡선은 배 만드는 기술을 건축에 적용한 ‘경계 넘기’의 결과물. 공부와 놀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결과 ‘에듀테인먼트’가 자리 잡았다. ‘짬짜면’부터 방탄복 등에 적용할 목적으로 거미 유전자를 염소에게 주입해 만든 인공 거미줄까지. 기존 생명체나 물건, 아이디어를 조합한 창의성의 산물은 곳곳에 있다.

저자는 연세대 총장을 지낸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재임 당시 고등교육혁신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 혁신에 공을 들였다. 그는 “인텔리전스가 지식을 넣어 획득한 똑똑함이라면 엑스텔리전스는 기존 아이디어를 뒤집고 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 내는 총명함”이라고 정의한다. 엑스텔리전스는 지식 주입과 획득에 기울어진 한국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상적 사례부터 전문적 사례까지 다채롭게 소개하며 주변의 것들을 닥치는 대로 조합하고 뒤집어 보면 누구나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교육자의 애정이 묻어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