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질리안 요크 지음·방진이 옮김/440쪽·1만9800원·책세상
2011년 이집트 카이로 타히르 광장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의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 있다. 독재 정권에 맞선 이들은 직접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아랍의 봄’을 이끌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거대 플랫폼 기업이 세계 각국 정부와 결탁해 게시물을 검열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디지털 시대 검열의 주체가 바뀌었다. 15년 넘게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의 검열 실태를 연구해온 저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불온 표현물을 통제해왔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11년부터 디지털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비영리기구 전자프런티어재단에서 활동한 저자는 플랫폼 권력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백인 남성 중심에 기독교 가치관이 지배하는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한 플랫폼 기업들이 규정한 검열 원칙에는 인종, 젠더, 종교 편향성이 내재돼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민중이 플랫폼 검열 권력의 최종 감시자가 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2008년 페이스북에서 열린 ‘엄마들의 국제 모유 수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1만1000여 명에 이르는 엄마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모유 수유 사진으로 바꾸며 “모유 수유는 외설적이지 않다”고 저항했다. 페이스북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5년 모유 수유 이미지는 외설적이지 않다고 자사 규정에 명시했다. 민중이 소셜미디어의 힘을 역이용해 민간기업의 규정을 바꾼 것. 민중이 뭉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열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사례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