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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해군력 팽창에 ‘천하태평’인 한국

입력 | 2022-07-02 11:24:00

항공모함·구축함·호위함 전력 대규모 확대 나선 中·日




6월 23일 진수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신형 모가미급 호위함 야하기(やはぎ). [사진 제공 · 일본 해상자위대]

일본 오카야마현 한 조선소에서 6월 23일 미래지향적 형태의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진수됐다. 스텔스 설계가 대폭 적용된 신예함 이름은 모가미급 ‘야하기(やはぎ)’.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해역에서 침몰한 옛 일본 해군 경순양함의 이름을 본떴다. 야하기는 일본이 그 실체를 감추고자 연막작전을 펴기도 한 ‘DEX’ 사업의 산물이다. ‘DE(DestroyerEscort)’, 즉 호위구축함은 일반 구축함보다 작고 무장도 빈약한 2선급 함정으로 분류된다. 해상자위대에선 주력 함대인 호위대군(護衛隊群)이 아닌 연안 방어를 맡은 지방대(地方隊)가호위구축함을 운용한다.


구축함 수준의 日 고성능 호위함

4월 12일 동해에서 진행된 미국과 일본의 해상 연합훈련 모습. [뉴스1]

소형 호위구축함 획득 사업인 DEX에서 시작된 모가미급은 2018년 다목적 호위함을 뜻하는 FFM으로 재분류됐다. 이후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모가미급 제원은 호위함으로선 대형이고 종합적인 전투 능력은 타국의 주력 구축함에 필적하는 고성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어지간한 선진국 주력함 정도의 성능을 갖춘 신형 고성능 호위함을 12년 안에 22척 건조할 계획이다. 

최근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일본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건함(建艦) 프로젝트다. 모가미급은 현재 46척인 해상자위대의 수상전투함 규모를 54척으로 늘리는 전력 증강 계획의 핵심이기도 하다. 해상자위대에선 2선급 함정으로 분류되지만 전체적인 전투 능력은 한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을 압도한다는 평가도 있다. 우선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저피탐성이 주목받고 있다. 모가미급의 덩치는 서방 선진국 호위함과 비교해도 제법 큰 편이다.

 고도로 스텔스화된 일체형 선체 안에 주요 장비를 모두 수납하고 통합마스트를 도입해 레이더 반사 면적을 극적으로 줄였다. 정확한 RCS(Radar Cross Section: 레이더 반사 면적)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이더상에 소형 어선 정도 크기로 나타나는 수준이라고 한다. 

모가미급의 레이더와 방공 전투 능력도 이지스함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주력 대공레이더는 일본이 자체 개발한 OPY-2 AESA(능동형위상배열)다. 최신 반도체 소자인 질화갈륨(GaN)을 사용해 제작된 X밴드 레이더로 대공/대수상 수색, 사격관제, 전자전 공격 및 방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구체적 성능은 비밀에 부쳐졌지만 일부 전문가는 OPY-2의 탐지 거리가 약 370㎞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일본은 이 레이더를 ‘일본판 NIFC-CA(Naval Integrated Fire Control-Counter Air)’로 불리는 ‘FC 네트워크(Fire Control Network)’에 통합할 예정이다. FC 네트워크란 해상자위대의 모든 수상전투함과 항공자위대의 E-2C/D 조기경보통제기, F-35A/B 전투기를 하나의 네트워크에 실시간 연동하는 초장거리 방공 시스템이다. 

FC 네트워크를 통해 아군 군함·항공기가 찍어준 표적을 대신 공격하거나 자신이 찍은 표적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모가미급의 무장(武裝)도 상당한 수준이다. 모가미급에서 운용될 함대공미사일은 일본판 SM-6로 불리는 03식(式) 지대공미사일의 함대공 버전이다. 

육상자위대의 주력 중거리지대공미사일 03식을 함대공 사양으로 개량해 사거리를 최소 150㎞에서 최대 300㎞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저고도 소형 표적은 물론이고 초음속 미사일이나 극초음속 표적에도 대응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원형인 03식 미사일은 미국 화이트 샌드 미사일 발사시험장 테스트에서 마하(음속)4의 QGM-163A 표적기 10발을 모두 격추해 명중률 100%를 기록했다. 03식 기반 함대공미사일에 해상자위대뿐 아니라 미 해군도 큰 관심을 갖는 이유가 이런 높은 명중률 때문이다.


日, 6만t급 정규 항모 도입 검토

중국 해군의 075형 강습상륙함. [뉴시스]

2020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취역했거나 진수 예정인 모가미급은 6척에 이른다. 매년 2척씩 건조한 셈이다. 해당 함정들은 당초 전력화 일정과 예산 사정 때문에 미사일 수직발사관이 설치되지 않은 채 완성됐다. 지난 연말 일본 국회 추경에 모가미급 무장 예산이 편성돼 올해부터 탑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2032년까지 이 같은 고성능 전투함 22척을 건조해 2선급 전력으로 배치한다.

그렇다면 일본이 1선급 전력으로 투입할 전투함은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일까. 당연히 모가미급보다 우수한 고성능 전투함이다.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마야(まや)급 2척과 아타고(あたご)급 2척, 일본판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아키즈키(あきづき)급 4척과 아사히(あさひ)급 2척이 이미 전력화됐다. 차세대 이지스 레이더 AN/SPY-7(V)1을 탑재한 탄도탄 요격 전용함 2척과 8000t급 스텔스 구축함 07DD(令和7年驅逐艦) 14척이 기존 무라사메(むらさめ)급과 다카나미(たかなみ)급을 대체할 예정이다. 노후화된 곤고우(こんごう)급 이지스 구축함의 역할은 2030년대 초반부터 2만t급 차세대 방공구축함 4척이 대신한다. 이 같은 대함대 구상의 중심엔 F-35B 전투기를 탑재한 이즈모(いずも)급 항공모함(항모)2척 도입 계획이 있다. 일본은 더 나아가 6만t 이상의 정규 항모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해군력 확장에 나선 주된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일본을 가볍게 압도하는 규모로 해군력을 키우고 있다. 매년 어지간한 국가의 전체 해군력을 추가하는 정도의 무서운 속도다. 중국의 대규모 해군력 증강의 타임테이블은 2035년에 맞춰져 있다. 항모 6척을 중심으로 한 대함대가 완성되는 때다. 중국은 이미 완성된 4만t급 강습상륙함 075형 3척을 헬기·무인기 운용 함정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 3척을 추가 건조할 076형은 5만t급으로 덩치를 키우고 전자기식 사출기를 설치해 경항모처럼 운용할 예정이다. 2035년까지 12척의 항모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국 건함 계획의 뼈대다. 항모를 제외한 전투함 건조 속도와 규모도 상당하다. 최근 동해에 진입해 한국 해군과 신경전을 벌인 중국 해군의 1만3000t급 차세대 구축함 055형 8척이 내년까지 전력화될 예정이다. 여기에 성능을 개량한 모델 8척을 비롯해 055형 구축함 건조 수량은 20척이 넘을 수도 있다. 055형은 함정 덩치와 건조 비용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전력화되고 있다. 1차로 생산된 8척은 3년 반 만에 전력화됐다. 2차로 건조될 8척도 3년 내 전력화될 예정이다. 055형에 비견되는 미국 줌월트급 구축함이 단 3척만 건조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물량 공세다.


복사기로 카피하듯 빠른 中 건함 속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 [뉴스1]

‘중국판 알레이버크급’으로 표현되는 주력 방공구축함인 052D 시리즈는 현재 24척이 취역했고 13척이 건조되고 있다. 성능 개량형 모델의 추가 건조 가능성도 거론된다. 052D형 구축함은 최소 40척 이상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복사기로 카피하는 것과 같은 건조 속도로, 2019년 한 해에 8척이 취역했고 올해도 최소 5척의 진수가 예정돼 있다. 052D형의 시험작으로 건조된 052C형 방공구축함도 6척이나 배치된 상태다. 방공구축함으로 분류되는 대형 전투함만 50척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배치된 6000t급 구축함 11척의 현대화 작업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범용 호위함으로 30척가량 전력화할 계획인 054A형 호위함은 카탈로그 데이터론 이지스함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다. 동시에 12개 대상과 교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투함이다. 중국은 054A를 항모전단에 배속시켜 운용해본 결과 CODOD(COmbined Diesel Or Diesel: 동종 또는 이종의 디젤 엔진 조합) 추진 방식으론 속도와 민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항모전단 배속용 054B를 새로이 건조 중이다. 5월 20일부터 건조되기 시작한 이 호위함은 ‘미니 055형’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첨단기술이 대거 적용될 예정이다. 6000t급 규모로 최소 20척이 건조돼 각 항모전단에 분산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함 레이스에 나서고 있다. 첨단 위상배열레이더와 신형 소나, 차세대 방공·타격 수단으로 도배한 고성능 대형 전투함 수십 척을 찍어내며 해군력 팽창에 혈안이 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두 강대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천하태평인 모습이다. 최근 주변국의 군사력 증강 계획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한국은 과거 낙후된 전술·기술 개념을 적용한 건함 계획을 그대로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2035년까지 중국은 중대형 방공구축함 최소 21척, 일본은 18척을 건조할 예정인 반면, 한국은 2024~2036년 동급 전투함(KDDX)을 고작 6척 전력화할 계획이다.


이순신 마음으로 해군력 증강해야
중·일 양국은 다목적 구축함과 호위함 전력 분야에서 이미 한국의 몇 배가 넘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2035년 전까지 6000t급 호위함을 20척 이상, 일본은 5500t급 호위함 22척을 더 찍어낼 전망이다. 한국은 단거리 방공 능력만 갖춘 FFX 배치(Batch)-3급 6척, 아직 성능조차 확정되지 않은 5000t급 FFX 배치-4 6척 등 단 12척만 도입하겠다고 나선 실정이다.

한국 해군의 현 전력을 살펴보면 대규모 개량과 보완이 절실하다. 최근 10년 동안 전력화된 12척의 신형 호위함 가운데 인천급 6척은 제대로 된 현대전 수행이 어려워 조기 퇴역이 필요할 지경이다. 그나마 성능을 개선한 대구급 6척도 초음속·극초음속 대함 미사일, 스텔스 대함 미사일 등 최근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 해외에선 초계함에나 쓰일 염가형 레이더를 장착하고 구축함을 자처하는 충무공 이순신급 6척, 광개토대왕급 3척도 미래전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런 군함을 모두 신형함으로 대체한다 해도 한국 해군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4만1000명 정원 제약에 묶여 승조원이 3000명 이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신형 군함을 건조해도 운용할 병력이 없으면 허사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수적 열세를 극복해 바다를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질적 우세다. 4세기가 지난 오늘 충무공 후예라는 대한민국 해군이 조선 수군처럼 수적 열세에 몰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심지어 질적으로도 주변국 해상 전력에 열세인 채로 말이다. 최근 미·중 갈등 격화와 북핵 위기 고조로 동아시아 지역은 ‘세계의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론, 정치권 그 누구도 해군력 재정비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 없을지 모르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볼셰비키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의 말처럼 전쟁의 참극은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이에게 들이닥친다. 국민 모두가 임진왜란 직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같은 결의와 마음으로 해군력 강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6호에 실렸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