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내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그룹’인 강훈식 의원(49·재선)이 3일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당권 경쟁 구도가 ‘이재명 대 97그룹’으로 형성되는 분위기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박용진 의원(이상 51·재선) 등 97그룹 인사들은 미래 비전 제시로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흐름을 흔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26)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권 주자들의 출마가 잇따르면서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컷오프(예비경선) 통과 인원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많은 후보가 본선에 진출해 흥행 몰이에 나서고 다양한 당 혁신 목소리를 알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컷오프 확대를 두고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어젠다 선점 나선 97그룹
97그룹 주자들은 이 의원에 비해 약한 당내 세력과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어젠다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한 세대교체를 뛰어 넘어 연이은 패배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바꿀 방향을 제시해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29일 출사표를 낸 강병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쓸모 있는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진심을 응원하고 공감한다”며 “새 얼굴이 모여 새 시대 가치와 비전을 두고 아름다운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재편됐다”고 적었다. 강병원 의원의 1번 어젠다는 ‘뼈를 깎는 혁신과 책임 정치’다.
박용진 의원(51)은 ‘무너진 중산층 사다리 복원’을 1번 어젠다로 제시했다. 박 의원 측은 “선진국 대한민국에 초대받지 못한 국민들 곁에 서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며 “기존 제도가 포섭하지 못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민주당이 중산층을 향해 가는 사다리를 복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97그룹 의원들이 연이은 출마로 전당대회 초반 분위기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전준위는 컷오프 기준 상향을 논의 중이다. 현재는 당 대표 후보가 4인 이상일 경우 컷오프를 통해 3명의 후보만 본선에 진출하도록 돼 있는데 본선 진출 후보를 5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끝까지 많은 후보가 함께 해야 다양한 미래 비전을 듣고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막판 고심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야권 인사는 “97그룹 인사들도 ‘가치 연대’ 등의 명분으로 미리 교통정리를 하고 힘을 결집해야 이 의원과 싸울만 할텐데, 후보가 늘어나면 결국 조직력과 인지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 의원이 더 유리할 것”고 했다.
● 박지현 출마에 당내에서도 갑론을박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2022.7.1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에 6·1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박 전 위원장도 “당 대표가 돼 박지현의 5대 혁신안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내 계파 갈등이 더 심해질거라고 의원들도 말하고 있다”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나 친명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당 대표 출마 자격은커녕 출마 요건도 안되면서 출마를 결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특별히 인정해 달라니 너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입당한지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피선거권이 없는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여부를 당무위원회에서 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처럼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이 의원은 직접 대응은 삼간 채 트위터를 통한 열성 지지층과의 소통에만 주력했다. 이 의원은 다음주 전당대회 규칙이 확정된 이후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