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브릭스·G7 전방위 외교 펼치는 인도 조용한 외교로 포장했던 무능, 반복 안 돼
윤완준 국제부장
‘5432’.
최근 중국 관변학자들이 쓰는 말이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사용하는 4가지 동맹 수단이다. 5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파이브아이즈 동맹이다. 4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다. 3은 한미일 협력이다. 2는 한미, 미일 등 미국의 양자동맹들이다.
인도는 쿼드 회원국이다. 중국 눈으로 보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목을 조르려는 눈엣가시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으로 적대적 군사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 회원국이다. 러시아와 오랜 협력 관계다. 미국과 동맹들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이든은 쿼드 정상회의 중 모디에게 “미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했다. 4월 중순 워싱턴에서 모디를 만난 바이든은 “양국이 러시아 문제에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쿼드 정상회의 때 인도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like-minded) 나라 간에도 입장이 완전히 같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미국은 인도와 전략적 협력이 중국 견제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순 브릭스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중국 압박, 패권 확장,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에서 “냉전적 사고와 제재를 남용한다”고 날을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비난했다.
정작 브릭스 공동성명에 미국 비판은 물론 러시아 제재 반대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대응, 경제 발전 협력, 기후변화 대처 등으로 채웠다.
글로벌 신냉전 시대에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미국과 동맹 확대가 중국과 단절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주변국 대부분과 갈등 중인 중국이 당장 한국에 보복할 처지가 안 된다. 미국 중심 가치 동맹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국익에 따라 중국과 협력할 분야를 찾을 수 있다. 이 기회에 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에 요구해야 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전임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 참여에 소극적이면서 중국에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갈등을 봉합하려고만 했다. 이를 전략적 모호성이나 조용한 외교로 포장했다.
세계가 높아진 인도의 몸값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신냉전 시대를 헤쳐 갈 전방위 외교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