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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이스타’ 발언에 분노한 직원들 [기자의 눈/변종국]

입력 | 2022-07-04 03:00:00

李 보석출소하며 “이스타 위해 올인”
직원들 “회사 망쳐놓고… 언급도 말라”
재운항 승인 앞두고 악재될라 선긋기



변종국·산업1부


5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보석으로 출소하면서 기자들에게 “이스타항공이 좋은 회사가 되게끔 하겠다”며 “(해고된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다시 취업해야 한다. 그 일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공식 성명을 내고 “이스타에 대한 어떠한 언급 행위도 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성명서에서 직원들은 “지금의 이스타항공은 이 전 의원과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이 정치적 특혜를 받고, 이 전 의원 영향력 아래 있는 듯한 편견을 갖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들이 이 전 의원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 운항중지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재운항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운항증명(AOC) 발급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적 풍파에 휘말릴까봐서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지만, 현재 이스타항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청산 위기까지 몰린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6월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새 주인인 ㈜성정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회생계획에 따라 기존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 보유주식을 포함한 구주 전체가 소각됐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신주 100%를 취득하면서 이 전 의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새로운 회사가 됐다.

더욱 황당한 건 이 전 의원 측이 보석 허가를 신청하며 스스로 “피고인(이상직)은 권력과 재력을 잃었고 이스타항공은 매각돼 피고인과 상관없는 회사가 됐다”고 했다는 점이다. 보석 허가 심리 때는 선을 긋더니, 출소를 하자마자 이스타항공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형량을 줄이려는 정치적 꼼수 발언이다” “끝까지 회사를 말아먹으려 한다”는 등의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재운항을 위한 AOC 발급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결정만 남은 상황인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스타항공이 정치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의 입장은 “모든 AOC 절차를 다 마치고 내부 검토만 남았다”던 것에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 일부는 정리해고를 당했고, 남은 직원들도 휴직과 급여 반납까지 해가며 회사를 살리려 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사태의 원인 제공자다. 직원들을 앞세운 정치적인 꼼수를 쓰는 것이라면 직원들의 피해만 더 키우게 될 것이다.


변종국·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