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전세 만기가 끝나서 부모님 집 근처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변모씨(38)는 고민에 빠졌다. 전세 시세가 많이 올라 2억원 정도를 대출 받아야 하는데 요즘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어서다.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연 3.5%를 넘어선 것을 확인하고 차라리 반전세로 들어가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변씨는 “지금 금리라면 2억원을 빌리면 한달에 70만원 정도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반전세로 들어가는 것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주요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단이 연 5% 선을 넘어서며 세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59%, 최고 연 5.67%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갚는 것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중개업자들은 설명한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전용면적 84㎡ 물건이 5억5000만원 짜리 전세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90만원 반전세 물건이 나와있는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월세가 더 싸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1억원을 월세계약으로 돌릴 때 월세를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하고 있다. 변씨처럼 2억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은행에서 빌리면 금리를 4% 적용시 월 이자가 66만6000원이 된다. 4.5%를 적용하면 75만원이다. 대출금액 만큼을 월세로 돌려 임대료를 내는 게 세입자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같은 상황에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체 임대차 거래 건수는 9만850건이었는데 이 중 전세를 제외한 월세, 준월세, 준전세 임대차 거래가 3만5975건으로 39.6%를 차지했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뜻한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의 5563가구 대단지 리센츠의 올해 5월 체결된 월세 낀 임대차 계약이 36건으로 전세 계약 35건 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구축보다는 신축 아파트일수록 월세 낀 임대차 거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전세 가격이 2년 넘게 쉬지 않고 오른 탓에 전세 대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불가피하게 반전세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2019년 7월 4억3908만원에서 지난 5월 6억3337만원으로 3년이 채 안 돼 2억원이 급등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조정 양상이 나타나면서 향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최근 월세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보다 월세를 내고 사는 게 마음 편하다는 것”이라며 “전세대출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인데다 혹시 집값이 떨어질지 모르니 깡통전세 걱정하는 것보다 월세 내고 사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월세 선호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른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계약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