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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빅5’ 굳히기… SUV-전기차 잘나갔다

입력 | 2022-07-05 03:00:00

투싼-아이오닉5 등 경쟁력 강화… 상반기 美시장서 70만대 판매
日 혼다와 격차 20만대로 벌려… 주가도 하락장서 비교적 선방



현대차 ‘투싼’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시장에서 ‘빅5’ 자리를 공고히 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와 고부가가치 차량들의 경쟁력이 개선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에서 70만2785대를 팔았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를 합한 수치다. 같은 기간 100만 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도요타, 80만 대 이상을 판매한 미국 포드와 스텔란티스에 이은 다섯 번째 실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일본 혼다를 약 3만 대 차이로 6위로 밀어낸 뒤 올해 그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6월의 경우 현대차 단일 브랜드만으로도 시장 점유율이 5.9%까지 올라 혼다(6.2%)와의 차이가 0.3%포인트에 불과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고전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줄었다. 혼다(―39.3%)와 닛산(―34.2%), 폭스바겐(―32.2%)의 판매량 감소율은 30%를 넘었다. 점유율 1, 2위인 GM과 도요타도 각각 17.8%, 19.1% 줄어들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난 브랜드는 테슬라(67.9%)가 유일했다.

미국에서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상품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딜러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판매 촉진 비용)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춰 놨다. 미국은 제조사가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딜러는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가격을 할인해 주는 구조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6월 인센티브는 500∼600달러 선으로 1000달러가 넘는 미국 업체들에 비하면 할인폭이 크지 않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제 값 받기’를 하면서도 차량 판매 감소폭이 적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의 신뢰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 차량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성적이 특히 눈에 띈다. 현대차 중에서는 투싼이, 기아에서는 스포티지가 각각 8만4071대, 5만2356대로 최다 판매 차량에 이름을 올렸다. 전용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5는 1만3692대, 기아 EV6는 1만2586대가 팔렸다. 최근 블룸버그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전기차 브랜드는 현대와 기아”라며 “출시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2만 대 넘는 전기차를 팔았는데, 이는 테슬라가 10년에 걸쳐 도달한 것”이라고 짚었다. 현대차가 이달 선보이는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6를 비롯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대형 SUV 전기차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선전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주가도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현대차 주가는 13.6%, 기아는 6.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은 21.7%였다. 반면 전기차 세계 1위 테슬라의 주가는 36.3% 내렸다. GM(45.8%), 포드(46.4%)는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유럽의 대표주자 폭스바겐과 르노의 주가 하락률도 28.2%, 21%로 현대차나 기아보다는 내림폭이 컸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만이 거의 주가에 변화가 없었다. 최근의 엔화 약세로 인해 역대급 실적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선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