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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임대료 급등에 취약계층 주거난… 460만명 “두달내 집 쫓겨날판”

입력 | 2022-07-05 03:00:00

치솟는 물가에 임대료도 껑충
“퇴거-압류 가능성” 두달새 32%↑… 6월 월세-모기지 체납 1300만명
더 싼 집 못구해 車-모텔서 숙식… 재택근무 불가능에 해고 ‘악순환’
쉼터 미혼모 늘고 노숙인 급증 우려



뉴올리언스 길 한 모퉁이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족, 무엇이든 도움이 됩니다‘는 문구가 쓰인 박스 종이를 들고 있는 여자아이. 뉴올리언스=AP 뉴시스


올 3월부터 3개월 연속 41년 최고치인 8%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소비자물가로 인해 취약계층의 주거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모텔, 주차장, 길거리 등으로 내몰리면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집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진단했다.

WP가 보도한 미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월 임대료 및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체납한 미국인은 약 1300만 명이다. 같은 기간 ‘향후 두 달 안에 퇴거당하거나 압류로 집을 잃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 역시 460만 명에 달했다.
○ 길거리로 내몰리는 미 취약계층

미 메릴랜드주에 사는 사브리나 버거터너 씨는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두 아이와 함께 호텔과 자동차를 전전하고 있다. 심한 천식을 앓고 있는 아들의 천문학적 의료 비용, 식료품 및 에너지값 상승 등으로 집을 구할 수 없는 처지다.

애리조나주 투손의 한 모텔에서 지내며 세 아들을 키우는 비너스 로페즈 씨 역시 집을 구하지 못해 최근 직장을 잃었다. 재택근무자인 그는 허름한 숙소의 인터넷 연결이 자주 끊겨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고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그에게 정상적인 숙소를 구하면 다시 고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투손의 임대료는 22% 올랐다. 그는 “싼 아파트를 찾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던 조세인 잉글리시 씨는 4월 해고됐고 두 달 후 집도 잃었다. 은행 잔액이 사실상 ‘제로(0)’인 그가 월평균 임대료가 2800달러(약 364만 원)인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후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자면서 샤워는 체육관에서 해결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간신히 임대 아파트에 입주했지만 언제 다시 정상적인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노숙인 급증 우려
집이 있는 사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 시민 지니 얀센 씨(55)는 최근 “연체된 재산세 5000달러(약 650만 원)를 8일까지 내지 않으면 집을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13년 전 폐 질환 및 면역장애 진단을 받은 그의 월 고정수입은 사회보장수당 980달러가 전부. 하지만 집값은 1년 새 16% 올랐고 세금 또한 이에 비례해서 오른 터라 납부할 수 없는 처지다. 이대로 가다간 세금 미납으로 집을 잃고 자동차에서 머무르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주거대란,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등으로 노숙인 또한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회계감사국에 따르면 중위 임대료가 100달러 오를 때마다 노숙인 비율 역시 9% 증가한다. 미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5월 미국의 평균 임대료는 2002달러로 1년 전보다 264달러 올랐다.

미 15개 주의 쉼터 관계자들은 WP에 “최근 쉼터를 찾는 미혼모 수 역시 급증했다”고 밝혔다. 쉼터 입소 대기자 명단이 몇 달 만에 2∼3배로 늘어난 곳도 있었다. 미 시민단체 ‘노숙인을 끝내기 위한 전국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에만 58만 명의 미국인이 노숙을 경험했다. 이 수치는 현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