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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모더나는 해당 안돼’ 검사 거부 질병청, 뉴스 나오자 죽은 딸 혈액 보내랍디다”

입력 | 2022-07-05 03:00:00

접종의 책임<중>질병청 대응에 멍드는 유족들
23세 故 이유빈 양 아버지의 눈물




지난달 25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집회에서 이남훈 씨가 딸 고 이유빈 씨의 영정을 든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딸아이가 죽은 후에 (질병관리청) 연락이 온 거예요, 죽은 후에…. (살아) 있을 때 쌩쌩한 피 뽑아가지고 검사해 달랬더니, 다 무시하고…. 죽은 아이 피를 어디서 찾겠어요?”

5월 28일 제주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남훈 씨(54)는 목이 멘 듯하더니 이내 격앙된 목소리로 변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제주교대 4학년으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딸 유빈 씨를 잃었다. 유빈 씨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4일 만인 지난해 7월 30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집 앞 화단에서 쓰러졌다. 뇌와 폐혈관에 혈전이 생긴 것. 8일 뒤 유빈 씨는 스물셋의 나이에 뇌경색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유빈 씨가 중환자실에 있던 지난해 8월 4일 제주도청 A 역학조사관(전문의)은 접종과 혈전증의 인과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 씨에 대한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해달라고 질병청에 의뢰했다. TTS는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 접종으로 유발될 수 있다고 공인된 질환이다. A 조사관은 이 씨가 백신 접종 외에는 뇌, 폐혈관의 혈전증을 일으킬 만한 위험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고, 접종으로 인한 TTS가 주로 젊은 여성층에서 발병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질병청은 검사를 거부했다. 유빈 씨가 AZ나 얀센이 아닌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 조사관이 사흘 동안 검사 요청을 세 차례 되풀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빈 씨가 숨지자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혈액 검사 거부는) 의료진 판단을 외면한 행정편의적 결정”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질병청은 그제야 “(유빈 씨의) TTS 검사를 하겠다”며 제주도청 역학조사팀에 검체(혈액)를 보내라고 했다. 유빈 씨가 세상을 떠나고 5일 후였다.

서울 청계광장 분향소의 고 이유빈 씨 영정 앞에 제주교대에서 보낸 명예졸업증서가 놓여 있다. 제주교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씨는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3개월 앞두고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이남훈 씨 제공

간신히 질병청에 이유빈 씨의 혈액을 보낼 수는 있었다. 제주도청 역학조사팀은 유빈 씨가 사망하기 직전 병원에서 채취해둔 혈청 약 1cc를 찾아냈다.

그러나 유빈 씨 혈청은 영상 2~8도의 냉장고에 수일간 보관됐던 상태였다. 질병청은 TTS 검사를 위한 혈청은 영하 20도 이하로 냉동 운송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냉장의 경우 24시간 내 운송돼야 한다.

질병청은 이같이 운송된 유빈 씨의 혈액을 검사한 뒤 TTS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유빈 씨는 결국 지난해 9월 피해조사반에서 ‘인과성 없음’ 판단을 받았다. 아버지 이남훈 씨는 “기본적인 보관 조건도 갖추지 않은 검사를 어떻게 믿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권고하는 (혈액 보관) 방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자문단 및 피해조사반에서 의무기록 및 전반적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판단했다”고 본보에 설명했다. 질병청은 유빈 씨 사례가 논란이 된 뒤에야 지난해 9월 26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 대상자도 TTS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동아일보는 백신 접종 후 질환이 생긴 환자와 사망자 가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질병청의 대응 방식에 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질병청이 자신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접종과의 인과성 없음’을 증명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 부검 결과 안 나왔는데 “인과성 없다”
부검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질병청으로부터 ‘인과성 없음’ 통지를 받은 경우도 있다.

현직 경찰 이은석 씨(38)는 지난해 6월 30일 어머니 강순향 씨를 떠나보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어머니는 백신 접종 후 23일 만에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진단명은 뇌출혈이었다.


고 강순향 씨(오른쪽)가 생전 아들 이은석 씨(가운데)의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함께 찍은 사진. 왼쪽은 강 씨의 남편이다. 이은석 씨 제공

이 씨는 어머니가 뇌출혈을 겪게 된 원인을 알고자 부검에 동의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7개월 전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갑자기 뇌출혈이 발생한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 뉴스 기사를 통해 질병청이 어머니의 죽음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 사망 후 이틀 만인 지난해 7월 2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이 씨는 질병청에 전화를 걸어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왔는데 인과성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라고 따졌다. 담당 팀장은 “부검 1차 소견을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했다”라며 “최종 결과가 나와도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는 달랐다. 피해조사반 회의가 열린 지 20일 뒤인 7월 22일 나온 부검 감정서엔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검의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는 단계”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혈전 생성의 병리기전을 벗어나는 범주에 속한다는 점과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사료된다”고 했다.

이 씨는 5월 27일 자택에서 동아일보 취재진과 만나 “내가 일하는 경찰에서도 부검 결과 없이는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는데, 부검 1차 소견만으로 심의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부검 최종 결과를 전달받은 질병청은 지난해 9월 회의에서 강 씨 사례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서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판정을 바꿨다. 질병청은 본보 질의에 “백신 접종 초기엔 위험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1차 부검 소견을 토대로 인과성을 검토하고, 최종 부검결과가 나왔을 때 재심의를 통해 반영되도록 했다”라며 “현재는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온 이후 심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은석 씨가 지난달 11일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집회에 참석해 행인에게 전단지를 건네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백혈병 걸린 채 접종했다니…”
확실하지 않은 기저질환을 언급해 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질병청은 지난해 11월 19일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뒤 75일 만에 사망한 고등학교 3학년 김준우 군에 관해 “백혈병으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 군이) 백혈병이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했고, 이후 발병을 인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5월 30일 강원 강릉시 자택에서 만난 김 군의 어머니 강일영 씨(47)는 “병원에서도 진단을 확실히 못 내리고 추정만 했는데, 어떻게 접종 때 이미 백혈병이 걸린 상태였다고 발표하느냐”라며 분노했다. 대한혈액학회장인 김동욱 을지대의료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김 군의 경우 백신 접종 당시 혈액 검사 기록이 없는데,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며 “급성 백혈병은 대개 한두 달 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 발현일로부터 75일 전인 백신 접종 시점에 백혈병이 걸려 있었을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질병청은 본보 질의에 “외부적 요인(방사능 등)에 의한 백혈병은 통상 노출 후 상당 기간 후에 발병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접종 전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토했다”고 답했다.

고 김준우 군 어머니 강일영 씨가 생전 김 군이 쓰던 방에서 아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특별취재팀▽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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