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 본보 인터뷰 “뻔한 잘못 가만 놔두는 건 불공정”… 서해 공무원 피살 등 수사 필요 언급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정치보복이란 프레임을 씌워서 원천적으로 수사를 못하게 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며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누가 수사에 관여하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고 전제한 후 “굉장히 예민한 문제지만, 정치보복이란 프레임을 씌워서 원천적으로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 장관은 “이것(수사가 안 된 것)이 가능했던 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잘못하면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 처벌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선 정치적 고려를 하더라도 국민 입장에서 드러나야 하는 팩트 자체는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靑이 경찰 장악한 대표적 사건이 서해 공무원 피살… 팩트 밝혀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본보 인터뷰
“경찰직협 ‘경찰국 반대’ 삭발… 활동 한도 넘어선 정치적 행위
지난주 경찰청장 후보들 면담… 경찰제도개선안에 모두 공감
경찰, 인사번복 잘못 대통령에 미뤄… 징계나 적절한 인사조치 있을 것”
이른바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선 “경찰이 자신들의 잘못을 대통령에게 미루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관계 조사 후 징계 및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서해 공무원 피살, 靑 행정관이 해경과 ‘직거래’”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가 삭발과 단식에 나섰다.―‘경찰국’ 규모와 구성은 어떻게 할 건가.
“총인원은 15∼20명으로 3개 과를 두려 하고 있다. 국장은 당연히 경찰 출신으로 임명할 것이고, 전체의 80∼90%는 경찰로 충원할 생각이다. 주된 업무가 인사일 텐데, 행안부 공무원이 경찰 조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사과는 100% 경찰로 채울 생각이다. 나머지 2개 과도 행안부 공무원은 한두 명만 둘 계획이다.”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역대 정부에서 ‘BH(청와대)’와 경찰 수뇌부가 밀실에서 (인사 등을) 거래해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행안부 장관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경찰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문서로 모든 근거가 남도록 행안부 장관을 거쳐서 경찰을 지휘한다면 오히려 (경찰을) 장악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일명 ‘해경왕’으로 불리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치고 (해경과) ‘직거래’한 걸로 보인다. 불법인 만큼 아무 근거도 안 남아 국민 입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수사 독립’은 어떤 식으로 지킬 것인가.
“‘독립’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중립’이 맞다. 수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고, 누군가 수사에 관여한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 다만 지난 정권에서 수사되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게 꽤 있다. 그런 게 가능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도 정말 불공정한 것 아니겠나. 잘못을 밝혀내고 처벌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선 정치적 고려를 하더라도 팩트 자체는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
○ “경찰청장 후보 개별 면담 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 유지, 승진구조 개선과 예산확보에 장관으로서 더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경찰청장 후보를 개별적으로 만났나.
“(지난주) 개별 면담을 했다. (인사 제청을 할 때)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는데, 서류만 보고 ‘이 사람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 않겠나. 안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봤나.
“14만 경찰을 이끌 만한 리더십이 있는지와 조직을 이끌어본 전문성, 투철한 국가관, 사명감 등이 기초 체크사항 아닌가 싶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해서도) 다들 공감하는 태도였다.”
―대통령과도 새 청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나.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이 갖춰야 될 인성, 인품, 리더십 등에 대해 대통령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들었다.”
○ 인사 번복 논란에 “징계 등 인사 조치”
―‘인사 번복’ 논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경찰청 등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조사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 곧 결과가 나올 거라 예상하고 있다. (잘못이 드러나면) 징계라든지 그 밖의 적절한 인사 조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윤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사안은 심플하다. 지난달 15일 해외 출장 갈 때 인사안은 확정돼 있었다. 다만 지방경찰청장은 자치경찰위원회 동의가 필요해 발표를 미룬 것이다. 절차가 마무리돼 귀국 후 제청하고 대통령이 결재하셨다. 그런데 인사 번복이 있었다고 해서 상황을 파악해 보니 실무자들 실수가 있었던 거 같더라.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 재가 전 인사안을 공개한 걸 두고 ‘국기문란’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논란 이후) 경찰 내부에서 대통령이 두 번 (인사안을) 결재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브리핑이 있었다. 대통령 또는 행안부 장관이 뭔가 잘못했거나, 유력 정치인 입김이 작용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기자회견이 계속됐다. 그래서 국기문란이란 표현을 쓴 거다. 자신들의 잘못을 대통령에게 미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순경 출신 고위직 비율 확대를 공약했다.
“윤 대통령께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경찰 관련 공약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복수직급제 도입, 경찰의 공안직 전환, 승진구조 개선 등은 경찰 (혼자) 힘으로 절대 못 한다. 행안부 장관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예산을 확보하려면 기획재정부와의 협상이 가장 중요한데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중 누가 협상 파트너일 때 더 역할을 하겠나.”인터뷰=장원재 사회부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약력△전북 익산 출생(57) △충암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18기 △춘천지법 원주 지원장 △대법원 재판연구관 △박근혜 정부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 △행정안전부 장관(2022년 5월∼현재)
정리=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인터뷰=장원재 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