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36일만에 원 구성 합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의원(뒷모습)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여야 비난 여론 속 ‘일보 후퇴’
이에 맞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사개특위 안건 의결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위원장과 의원 여야 동수를 요구하며 걷어찼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개의 시간을 30여 분 앞두고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장을 여야 합의하에 선출하기로 약속하면 의장단 선출에 협조하자”라고 의견이 모이면서다. 당초 의총 초반엔 의원들 간 본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내부 이견을 딛고 막판 합의를 제안한 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심상치 않은 경제 위기를 둘러싼 ‘여당 책임론’ 속 국민의힘 지지율도 하락하는 등 정권 초 ‘허니문 기간’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류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 사개특위, 인사청문회 등 험로 예상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2.7.4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에 국회 원 구성 협상 시한을 일주일 이내로 못 박으면서 전날 민주당에 던진 △국민의힘 출신 위원장 △여야 동수로 의원 구성이란 조건을 고수했다. 권 원내대표는 “협치 차원에서 통 크게 양보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화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게 해 달라거나 위원회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해 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법사위 권한 조정 및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강화에 대해서도 여야가 각자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날 “여야 원내대표가 공감대를 이뤘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가) 오버해서 해석한 것”이라고 맞섰다. 추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충돌도 예상된다. 이날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도 시급히 구성해 남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착수하자”고 제안하자 권 원내대표는 “충분히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청문회를) 할 수 있음에도 그에 대한 협조는 안 하고 인청특위를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에 반대”라고 못 박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들여다보면 쟁점은 그대로 남겨 뒀다”며 “신임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중재해 협상을 이끌 리더십 시험대에 섰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